佛敎 정진수양 앞에 종교전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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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敎 정진수양 앞에 종교전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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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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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윤환/컬럼니스트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개신교와 불교계의 불화가 `종교전쟁’으로 까지 발전하지 않느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개신교 사랑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 내 기독교 신자들의 종교편향이 불교계 큰스님들까지 서울광장 한가운데로 몰고 나오는 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불교계는 이명박 정부가 하는 모양이 하나부터 열까지 못마땅한 눈치다. 심지어 반년도 더 지난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로고까지 문제 삼고 나섰기 때문이다. 나팔모양의 로고 문양 `태평고’가 구약성서에 나오는 기드온 문양의 나팔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을 맡았던 박범훈 중앙대 총장은 “이 대통령 취임식 때 제작된 로고 `태평고(太平鼓)’는 특정 종교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대통령 취임식 로고는 전통악기인 태평소와 북을 상징한 것으로 광고에서 주장한 것처럼 구약성서에 나오는 기드온 문양의 나팔을 상징한다는 것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합리적 해명으로 들린다. 참고로 박 총장은 불교 음악을 전공한 불자(佛子)다. 그가 태평고 로고를 직접 만들도록 했으며, 태평소는 불교 음악에서 쓰이는 대표적 악기여서 오히려 타종교의 오해를 받을까 봐 걱정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불교계의 피해 의식도 정도가 한참 넘었다. 대통령 취임식 로고를 반년이 지나서야 문제삼는 이유가 뭔가. 그러나 정부는 불교계를 의식하는 눈치다. 이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이 다분한데도 “법적 대응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불교계를 너무 자주, 그리고 많이 자극한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마침내 스님의 할복 기도 사건도 일어났다.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지만 할복이 어디 장난인가. 스님이란 위치가 가족과 속세와의 인연을 대범하게 여기는 특성이 있어 또 다른 할복이나 분신이라도 하지 않을지 걱정된다.
 그런데도 아직 불교를 향한 자극은 계속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그 중심에 있다. 이 대통령이 20만 명의 불자가 참여한 범불교도대회가 끝나자마자 지난 28일 밤 김진홍 목사 등 뉴라이트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같이 한 것이다. 뉴라이트와 식사한 것을 문제삼는 게 아니다. 김 목사가 뉴라이트 지도자라고는 하지만 불교가 예의주시하는 개신교 리더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청와대로 불러 기도회를 가진 종교인도 김 목사가 처음이다. 그런 김 목사가 이끄는 뉴라이트가 떼를 지어 청와대로 달려가니 감정이 상하지 않을리 없다. `범불교도대회’를 무시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기도 하다. 동아일보가 오죽하면 사설을 통해 “김 목사는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불교계가 종교편향 시비와 관련이 있는 인물로 보는 사람”이라며 “범불교도대회가 열린 다음 날 김 목사가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헤드테이블에 앉아있는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걱정스럽다”고 개탄했겠는가.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아무리 개신교를 편들고 불교를 냉대한다고 불교신자가 줄어들었다는 기사를 본 사실이 없다. 오히려 개신교 신자가 즐고 불교와 가톨릭 신자가 늘었다는 뉴스는 화제가 됐었다. “왜 기독교를 버렸느냐”는 질문에 “독선적”이라는 답변과 “헌금만 밝혀서” 그리고 “교회 안에만 구원이 있다고 주장해서”라는 대답이 돌아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불교도 이젠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을 찾아야 한다. 기독교 광신도들의 타종교 폄하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냉정하게 판단하고 있음을 믿어야 한다. 장경동 목사가 “불교가 들어간 나라는 다 못 산다”는 망언을 한 뒤에 제정신 가진 사람으로 보는 국민이 몇 사람이나 되겠는가. 불교는 워낙 수양 정진이 본래의 정신이다. 속세와 저잣거리와 시비 속에 빠져들면 불교라 하기 어렵다. 아울러 불교도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5년간 종교계 예산지원내역’에 따르면 2003년부터 올해까지 984억7100여만 원이 종교계에 지원됐는데, 불교계에 배정된 예산은 765억5300만 원으로 전체의 77.7%다. 개신교계에 배정된 액수는 52억 5200만 원이다. 5.3%에 불과하다.
 불교가 개신교를 이기는 길은 거리에서가 아니라 영혼에서다. 영혼에서 이기려면 정진 수양이 멈춰서는 안 된다. 큰 스님들이 무더운 서울광장에서 타종교와 다툼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산문에서, 부처님 앞에서 타종교를 압도하는 영혼의 본향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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