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용택은 중·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독서를 거의 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 무렵까지 얼마나 책을 읽을 기회가 없었으면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 나오는 알퐁스 도테의 `별’을 생애 처음 읽은 소설이라고 했을까. 시골서 나고 자라면서 시골 학교에 다녔으니 읽을 만한 책이 주변에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그가 본격 독서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초등학교 교사가 되고 월부책장수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였다고 한다.(내 인생의 글쓰기;나남)
아닌 게 아니라 김 시인의 연령대를 전후한 세대들, 특히 농어촌 출신들은 초·중등 학창시절 읽을 책이 그리 흔치 않았다. 마을 회관 독서구락부란 데가 있었는데, 거기 책들이라곤 아리랑이니, 세대니, 새마을이니 하는 잡지나부랭이들이 거의 전부였다. 초등학교엔 아예 도서관이란 게 있을 수 없었고,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겨우 교실 한 칸짜리 `독서실’에서 빈약한 서가의 책 목록표는 16절지 석장이 안 넘을 정도였으니 30~40년 전 독서환경이 대개 이러했다.
요즘은 책이 매일같이 수없이 출판되어 나오고 대형서점에 가면 산더미보다 많은 책을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도 여전히 보고 싶은 책을 제때에 원 없이 사 볼 수 없는 부류도 없지 않다. 돈이 궁하여 책을 못 사보는 청소년도 결코 주변에 없지 않을 것이다.
책읽기 좋은 계절에 접어들면서 `북 리펀드(Book Refund)’가 만들어져 활동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구입한 책을 읽고 일정 기간 내 다시 서점에 갖다 주면 책값의 반을 환불받고 반납된 도서는 학교나 마을도서관에 기증하는 것이 북 리펀드 캠페인이다. 출판사 320개가 소속된 `한국출판인회의’와 교보문고 등이 주축이 되어 벌이는 캠페인이라고 하는데, 등화가친의 계절,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의 독서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 반갑다. 모두가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할 때 이 운동은 아름다운 성공을 거둘 것이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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