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경영도 1억 원에서 174억 원에 이를 만큼 편차가 크다. 농협사료와 NH캐피탈이 똑같이 최고 적자액을 나란히 기록했다. 그런데도 임원진은 초고액 연봉에 살찐 배를 두드리고 있으니 이 무슨 해괴한 짓거리인가. 그런가 하면 영업이익만 121억 원을 올린 알짜 자회사 휴켐스(정밀화학부문)는 팔아 넘겨버렸으니 의혹이 눈덩이 불어나듯 할 수밖에 없다. 나사는 풀릴 대로 풀렸고 속은 썩을 대로 썩은 조직의 대명사가 농협인 것만 같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경영은 난맥상이라는 사실이다.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만 해도 그렇다. 2005년부터 지난 8월말까지 253건에 334억 원이 사고 규모다. 이 가운데 직원들의 횡령·유용이 111건 213억 원이다. 적자 상태에서도 횡령이라니 불 난 집에 기름을 쏟아붓는 꼴이다. 농협은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돈 쓰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위원회 회의 한번 여는 비용이 평균 824만원 이라는 사실이 일례다. 지난 3년간 41개 위원회 회의비용이 7억5천만 원에 가깝다. 도대체가 경영진의 머릿속은 무슨 생각들이 가득 차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어린아이들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짓들은 하지 않는다.
농협이 흥청망청 호시절을 보내고 있는 동안 정작 농민들의 삶은 어떠한가. 최근만 하더라도 농산물 값이 한 달 만에 반 토막이 나버려 속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태풍이 없고 기상조건이 좋아 대풍작을 이뤘지만 이게 도리어 화근이 되어버린 것이다. 공급 과잉 탓에 올해도 어김없이 수확 포기- 밭 갈아엎기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풍년이 도리어 재앙이 되고만 현실에 넋이 나갈 판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돈잔치에만 혈안이 돼 있는 농협·자회사 임원들은 도대체가 무엇하는 사람들인가. 구멍가게 주인도 적자는 벗어나려 애쓰는 법인데 하물며 농협과 자회사들이 벌이는 행태는 지탄 받아 마땅해 보인다. 국감장이나 국회의 송곳 질문을 어물어물 넘어가기만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바로 잡으려는 정신자세부터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기본부터 제대로 갖추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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