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기업을 괴롭힐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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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기업을 괴롭힐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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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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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앞두고 속보이는 시장친화정책-
 
  박 효 종/(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교수)
 
 열린우리당 지도부 행보가 달라졌다. 김근태 당의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7월 30일 “기업인 사면, 출자총액제한 폐지, 경영권보호 등 경제계 요구사항을 적극 실행할 준비가 돼있으니 기업은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가시적 조치를 결의해 달라”는 `시장친화적 뉴딜구상’을 내놓았다.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해 간담회를 갖는가하면, 한국무역협회를 찾아 투자활성화 등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또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했는가하면, 전경련회장단과도 만났다. 그동안 시장 실패와 모순을 강조하며 분배중심 경제정책에 공감하던 김 의장과 당 지도부가 5월 지방선거 참패를 불러온 원인이 경제실정과 이에 따른 민생의 어려움이라는 점을 인식한 듯 서민경제회복을 강조하며, 경제계와의 접촉 빈도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기업과 시장경제에 관한 열린우리당 인식에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는 조짐일까. 아니면 대선이 다가오니 급한 나머지 임기응변식 발언들을 쏟아내는 것일까.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시장경제를 존중한다고 수없이 해왔으나, 그 말에는 진정성이 없었다. 오죽하면 그 경제관과 기업관이 `좌파적’이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을까. 시장친화적·기업친화적 정책을 진정 추진하려 한다면, 제일 먼저 `기업가정신’을 존중해야 한다. `기업가정신’이란 정부가 아무리 시장 역할을 대신하려 해도 할 수 없는 독특한 정신의 요체다. `기업가정신’이 있었기에 한국 기업가들은 엄혹한 6·25전쟁 와중에서도 목숨을 걸고 기업활동을 할 수 있었다. 중동국가와 최초로 선박 수출에 관한 상담을 벌이는 과정에서 한국기업의 조선능력을 반신반의하는 상대방에게 이순신장군 거북선이 그려져 있는 지폐를 보여주며 설득할 수 있었던 것도 `기업가정신’의 발로다.
 `기업가정신’이란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으로 자원을 사용하는 발상’이라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가정신’이라는 말에는 단순한 재주, 혹은 재능 이상의 의미가 배어 있다. 특히 그것은 위험을 감수하고 기회를 포착하며 혁신적 전략을 원용하는 등, 창의성, 혁신, 수단보다는 목적, 혹은 결과나 사명 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포하고 있으며, 문제를 대하는 모험적 태도나 전향적 자세를 수반한다.
 또 `기업가정신’이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벌이는 사업에서 주인처럼 책임의식을 갖고 생각하게 만드는 정신이다. 그 주인정신의 힘은 놀랍다. 국민 혈세로 지은 공항이 이용객이 적어 국고낭비가 발생할 때 우리는 공익의 이름으로 공항건설을 결정한 정치인들에게 어떤 비판을 가하는가. `이것이 제 돈이라면 과연 이런 식으로 쓸 것인가?’하는 물음을 제기하지 않는가.
 수많은 발명과 혁신, 창의적이며 효율적인 방안 제시 등이야말로 모두 `책임주의’에 근거한 기업가정신의 승리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부에서는 기업가정신을 부양하기는커녕 끊임없이 비판 대상으로 삼아왔다. 왜 우리기업은 투명하지 않으며, 왜 적은 지분으로 소액주주에 불과한 기업총수가 기업경영에 전권을 휘두르고 비민주적 행태를 보이느냐며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철한 주인의식이 있었고 탁월한 `창조적 파괴정신’을 발휘했기에 산업불모지에서 자동차산업과 선박산업, 반도체산업을 꽃피울 수 있었다. 만일 50%의 사외이사제나 출자총액제한제도 및 집중투표제 강제실시로 대주주의 손발을 꽁꽁 묶어놓고 이른바 `민주경영’을 도입했다면 어땠을까.
 정부에게 “물건 사시오”하고 외치기를 요구하는 사람이 있는가. “물건 사시오”를 외치는 것은 기업의 할 일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으로부터 “자선을 베풀겠소” 혹은 “장학사업을 벌이겠소”하고 외치기를 요구해서는 안된다. `창조적 파괴’를 지향하는 기업경영에 대하여 “민주적 결정 절차를 지키시오”라거나 “출자총액을 제한하시오” 하고 외친다면, 그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고객서비스와 기업가정신에 입각한 기업의 본질적 역할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것을 규제와 개혁의 이름으로 요구하면서, 시장친화적·기업친화적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기업가정신’을 천민주의적 부자의식과 비민주적 전횡으로 낙인찍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아무리 시장친화적 뉴딜구상이 나와도 효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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