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그리움이 사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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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그리움이 사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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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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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의 남자…2006년의 여자’
할리우드판 시월애  '레이크 하우스'


 
  2000년 9월 개봉한 이정재·전지현 주연의 `시월애(時越愛)’는 당시 전국 약 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절대적인 수치를 봐서는 별반 흥행한 것 같지 않지만 이 영화가 `공동경비구역 JSA’와 같은 날 개봉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50만 명이라는 스코어는 상대적으로 크게 다가온다.
 실제로 이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이정재ㆍ전지현의 예쁜 모습이 잘 조화돼 당시 마니아층을 형성하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 최초의 한국 영화 `시월애’와 `레이크 하우스’는 기본적으로 닮은 꼴이다.
 2년의 시간 차를 두고 같은 공간에 사는 두 남녀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주고받는다는 판타지 멜로.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서로를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상대를 향한 애틋한 연정을 키워간다. 심지어 같은 시간에 존재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대표적으로 다른 점은, 바다 위에 지어진 집 `일마레(Il Mare)’가 호수 위의 집 `레이크 하우스(The Lake House)’로 바뀌었고 여주인공의 직업이 성우에서 의사로 달라진 것(남자 주인공의 직업은 건축가로 동일하다).
 또 전지현은 변심한 애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고심했지만, 샌드라 불럭은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고민한다. 그 외에는 같은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둘을 이어주는 주요 소품이 달라진 정도.
 그러나 이러한 외관보다도 비교해야 할 것은 전체적인 분위기와 `재미’가 아닐까 싶다. `레이크 하우스’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두 주인공에 대한 몰입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스피드’에서는 상큼하게 보였던 리브스와 불럭의 결합이 이번에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점이 가장 뼈아프다. 서로를 향한 둘의 애틋함은 감정이입을 이끌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다.
 또 호수 위로 지는 석양과 계절의 변화에 따른 풍광은 예쁘지만, 전체적인 영상미에서도 이현승 감독의 솜씨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에 대해 신비로운 분위기에 무게를 실은 원작과 달리 더 현실감을 강조하려했다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실제로 영화는 같은 시간을 호흡하지 못하는 남녀의 소통이라는, 초자연적 상황에서 오는 묘한 기운을 강조하는 대신 둘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과정을 친절하게 그렸다.
 남녀 주인공의 만남은 결국 운명이었지만, 두 영화를 통해 운명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시각 차를 단편적이나마 확인할 수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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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비디오 '시월애'
 
사랑이었다는걸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편지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러브스토리

 
 
 
  시월애(時越愛), 시간을 초월한 사랑이야기다.
 선뜻 다가온 가을기운이 이 영화를 보고싶게끔 하는 외적인 요인이라면, 그림같은 화면과 아름다운 음악은 영화 타이틀에 걸맞은 스크린 내의 매력포인트다.
 첫 화면 가득 채워지는 바다, 희뿌연 수면 위의 잔잔한 파동이 느껴지는 가운데 외로이 자리잡은 갯벌 위의 집 `일 마레’.
 화면은 어느새 육지와 맞닿은 긴 다리가 인상적인 그 집의 정문에서 포커스를 맞춘다.
 문을 열고 나온 은주는 일 마레를 떠나면서 기다리던 편지를 받기 위해 빛바랜 빨간 우편함에 편지를 남긴다. 바로 이어지는 다음컷, 성현이 일 마레의 문을 열고 나온다. 2000년과 1998년이교차되는 순간이다.
 한 통의 편지로 다른 시간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그립지만 충족시킬 수 없는 `바라보기’ 사랑을 시작한다.
 은주는 성현에게 “중앙역에 가시면 2년전 저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두 사람은 만나지만 2년전 그녀는 그를 알지 못한다.
 은주가 2년전 잃어버렸던 카세트를 성현이 그 현장에서 찾아주고, 그녀는 답례로 귀마개와 물고기 고스트피쉬(만년 동안 지금의 모습을 간직한 물고기)를 우편함에 넣어둔다.
 `98년엔 눈이 많이 오고 독감이 유행이었어요’라는 편지를 받으면 역시 그해엔 눈이 많이 내리고 성현은 기침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의 서신교환은 계속된다. 그리고 그녀가 2년 전 있었던 현장에 성현이 찾아가는 방법으로 두 사람은 시간의 법칙을 거스르는 만남을 지속한다.
두 사람의 사랑 사이엔 기다림과 그리움이 있다. 98년을 사는 은주와 성현의 눈이 마주칠 때 “제가 아직도 낯설어요?”라는 성현의 마음 속 울림은 시간의 소중함보단 냉정함을 일깨워준다.
 은주도 마찬가지. “성현씨 편지는 나에게 행복을 주지만 허전함이 있어요. 성현씨가 만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 아닐까요?” 실연당한 은주를 채워준 성현의 사랑도 오감으로 느낄 수 없기에 허공을 맴돌 뿐이다.
 영화는 마치 순정만화같다. 빛의 각도, 소품 하나의 빛깔 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자연환경의 모습을 모두 담았다.
 여기에 포인트를 주는 소품들. 갯벌 위의 집에 어울리는 빛바랜 빨간우편함, 빨간 벙어리 장갑, 빨간 귀마개, 검은 고스트피쉬, 전구 장식으로 빛을 발하는 나무 등 나른해지기 쉬운 화면에 포인트를 주었다. 
  /남현정기자 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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