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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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한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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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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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앤뉴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북한이 한국에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알래스카 요격미사일 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평양이 주는 위협은 대량살상무기(WMD)를 다른 나라 혹은 테러리스트들에게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말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북한이 WMD를 확산시킨다는 그의 말에는 공감이 가지만 김정일이 남한에 위협을 주지 않는다는 시각에는 묘한 여운이 남는다.
 그의 발언은 마침 전시 작전통제권 회수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한미동맹 중요성을 강조하고 북한 핵 위협을 그토록 경고해온 미 국방장관이 느닷없이 한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부인한 것은 놀랍고 충격적이다. 그의 말을 액면대로 들으면 작통권을 회수해도 한국 안보에 이상이 없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주장과 일치한다. 참여정부 3년 반 동안 한미갈등과 이로 말미암은 안보위기를 우려해온 한국으로서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다. 어느 순간 한미 안보 마찰이 해소되고 참여정부와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위협에 대해 완전한 의견일치에 도달한듯하다.
 그러나 그의 말을 곰곰 생각하면 무서운 경고가 함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럼스펠드 인식에는 조건반사적인, 심지어 감정적인 요소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가 남북공조와 자주국방을 강조하니까 남북문제는 남북이 알아서 할 일이고 미국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겠다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북한이 언젠가 통일될 동포라면 남한에 대한 북한 위협은 이론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이다. 겉으로는 한국정부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그의 말은 실은 한국의 안보에서 손을 떼겠다는 경고로도 들린다.
 그는 한국의 방어력은 개선된 반면 북한의 군사력은 약화된 점을 들어 북한 군사력이 한국에 “즉각적인 위협”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는 그러나 북한 미사일이 한국보다 미국에 더 큰 위협이 되느냐는 질문에 “나도 모른다”고 말했다. 세계 초강대국의 작전권을 지휘하는 전략가가 자신도 알지 못하는 북한 미사일을 두고 한국에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의 발언은 작통권 회수를 둘러싼 한미 간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인상을 준다. 그의 발언은 앞서 나온 부시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이 작통권을 가져가도 스스로 방어할 능력을 갖췄다고 부시는 말했다. 미국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번갈아가며 한국의 국방력 성장을 강조하면서 작통권을 원하면 당장 가져가라고 역설하고 있다. 두 사람 말을 음미하면 미국이 한국을 진정 우방으로 여기는지 갸우뚱해 진다.
 한국 안보를 강 건너 불처럼 보는 미국 태도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일 공동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는 조치와 대조적이다. 일본을 방어하기 위해 공동 군사조치까지 강구하는 미국이 한국이 직면한 위협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투다. 극동 방어선에서 한국을 제외시켜 김일성의 오판을 유발했던 1950년의 애치슨 라인(Acheson Line)을 상기시킨다.
 럼스펠드는 북한 미사일 발사가 잠재적 구매자들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누구에게나 무엇이든 팔 수 있다”며 위조 달러, 마약, 미사일 기술 등이 다른 나라 혹은 테러리스트들에게까지 판매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럼스펠드가 남북관계를 제외하고는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쓰고 있음이 분명하다. 미국은 미사일 방어 프로그램에 920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으며 북한 미사일도 당연히 타격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그런 미국이 한국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부인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결국 한국정부의 대미 정책에 대한 반작용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WMD 확산을 따지면 파키스탄이 북한보다 더 하다. 그런데도 테러와의 전쟁에 협조한다는 이유로 파키스탄을 모른 체하고 있다. 미국은 국익에 도움이 되면 누구나 포용할 수 있고 누구나 포기할 수 있다. 냉혹한 현실을 염두에 두고 럼스펠드의 발언을 분석하면 오싹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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