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포스코 창업주 그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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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포스코 창업주 그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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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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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옥근/의학박사
 
 강 건너 포스코 공장 집진기에서 흰 구름처럼 뿜어 나오는 수증기가 높은 굴뚝을 타고 위로 위로 오르고 있다. 강변 이쪽에는 매일 같이 보는 그 사람 그 얼굴들이 스펀지 마냥 푹신하게 깔아 놓은 파란 깔판 위를 아침, 저녁으로 달리며 걷는 사람들이 바쁘기만 하다. `포스코맨들’은 저 흰 구름같이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속칭 `박태준 파이프 라이터’ 라고 한단다. 박 회장님이  D.J정부때 총리를 마지막으로 정계를 떠났지만 아직도 포스코 정신을 한 몸에 지닌 체 철의 사나이는 비록 올해 일흔아홉 살 고령에도 기업사랑 정신은 그대로 살아있다. 2001년 7월 옆구리를 가르고 갈비뼈 하나를 잘라내 3.2kg의 물혹을 끄집어내는 노경에 어려운 수술을 받을 때만해도 자기 몸에 물혹이 있다는 진단을 이미 받고도, 시간이 나지 않아 수술을 받지 못할 만큼 바빴던 분이었다. 나는 그분의 평전(評傳)에 가까운 전기를 읽고 난 연후에 그 사실을 알았다. 내가 박 회장님을 옆에서 가까이 뵙던 때가 1980년 중반기가 넘어서였다. 지곡동 제철가족 진료소장으로 임명되어 진료를 할 때 그분은 강인하여 좀처럼 아프시지도 않는 분인데 고로 화입이 끝나고 잠시 긴장이 풀렸던지. 갑자기 고열이 나고 심한 기침으로 주치의 자격으로 며칠 치료를 하면서 옆에서 그분의 인품과 국가관,역사관, 해박함과 깊은 혜안(慧眼)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다. 며칠 전 어느 신문에 미국 플로리다 탬파에서 요양을 하고 계신다는 소식을 대하면서 2001년 수술 하셨을 때 “포스코를 만들면서 마신 영일만의 모래와 정치를 하면서 마신 여의도의 먼지 덩어리를 제거한 것이다”라고 했다던데, 제거한 물혹 속에 아닌 게 아니라 모래의 주성분인 규소덩어리가 들어 있었다니 나는 의사로써 수긍이 가지 않았다. 건설 노조의 파입이 석달째 이어지고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시점에서 오직 호기(好機)로 삼고 있는 포스코 자체에서 개발한 파이넥스 공법을 인도에서 수주 받아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항 공장부터 먼저 지어 실험성공해야 할 건설이 건설 노조 파업으로 무한정 연기 할 수 없어 `무노조 업체와 공사계약을 바꿈으로 기존 하청 건설들은 자연 폐업이 불가피해 질 것이고, 산하 34개 공장에서 쏟아진 약 4500여명 대량 실직 사태는 불 보듯 뻔 한 일이 되며 직업을 일시에 잃고 거리에 내몰린 노동자들과 그 딸린 식구들, 어찌 그 뿐인가. 그로 인한 파급 효과는 `勞, 使, 民’이 함께 공멸할거라는 원망의 아우성이 벌써부터 들린다. 나는 이 절박할 때 형산강 뚝방길을 걸으며 포스코 굴뚝을 바라볼 때 마다 박 회장님이 자꾸만 떠오른다. 우리 국민을 먹이고 살리는 업종은 기실 IT산업, 자동차, 선박, 철강뿐이다. 다른 업종은 개인 소유지만 오로지 철강만이 우리 국민 소유다. 선진국에서는 철강 산업은 사양사업으로 손을 놓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자원이 없는 나라, 우리 경우는 원석, 원료, 고철까지 수입해 써야했으니 후진국에 비해 턱없는 인건비로 이중삼중고를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 30년 전부터 포스코 정문에 써 놓은 표어가 이를 대신 말해 준다. 은행마다 `포스코 한주 갖기’,`국민주로 지역 사회 지키기’ 플래카드가 나부낀 지 오래다. 포스코가 1970년 4월 영일만 모래벌판에 착공식 하던 날부터 지금까지 걸어오면서 공기를 몇 달이라도 단축했으면 했지 공기를 늦춘 적은 단 한 해도 없었단다. 그러나 어이없이 건설노조의 파업사태로 국제적인 크레임으로 인한 손해 배상은 물론 세계적인 신인도 추락으로 적지 않게 손상을 입을 것 같다. 자기의 젊음을 여기에 다 바치고 혼신을 다해 이루었던 탑이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진 소리를 들었을 때 그는 속이 탓을 것이다.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을 느꼈을 것이다. 어느 누가 그 아픔을 짐작이나 할 수 있으랴. 그가 속이 터지지 않고 배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영고성쇠(榮枯盛衰), 퇴락(頹落)의 길을 걷고 있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던 박 회장님이었기에 수술 받았던 그 자리가 덧나지 않았는지 걱정이 된다. 그는 우리들과 같이 포항 시민권을 가지신 분으로서 한 지붕 하늘 아래 지금은 함께 계시지는 않지만, 몸은 아파 누워 이국땅에 계셔도 마음은 우리와 함께 포항에 머물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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