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조원은 누구 주머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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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조원은 누구 주머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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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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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전 2030’ 달성 가능할까?-
 
   신 중 섭/(강원대학교 교수)
 
 한국경제 상황은 좋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7875억 달러로 2004년보다 한 단계 떨어진 세계 12위다. 국가 재정적자도 5년 만에 2배나 늘어 연말에는 50조가 넘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기업은 여건이 좋지 않아 투자 의지를 상실하고, 시민들은 소비를 줄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년 경제는 더 어려울 것이라는 보고서가 적지 않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 추락하여 성장률이 4%대에 머물 것이라고 한다. 한국은 이미 저성장 국가에 진입했다는 진단도 있다.
 어두운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비전 2030-함께 가는 희망 한국’보고서는 밝은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150쪽이 넘는 보고서를 읽다보면 2030년 미래는 희망으로 가득하다.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8위로 도약하여 1인당 국내총생산은 4만 9000달러, 삶의 질은 세계 10위권에 들어간다고 한다.
 보고서는 `비전 2030’을 실현하기 위해 △성장 동력 확충 △인적자원 고도화 △사회복지 선진화 △사회적 자본 확충 △능동적 세계화라는 5개의 전략 아래 26개 제도 혁신 과제와 24개 재정 투자 과제를 정했다. 이대로라면 국민들은 아주 안락하고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전 2030’을 들여다보면 달성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현실을 무시한 희망사항을 적어 놓은 것이라면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은 주지 않고 요리책을 읽어주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비전 2030’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1100조원의 재원이 들어간다. 정부는 재원 마련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1100조원만 투자하면 국민들이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고만 하고 있다. 결국 국민들이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비전 2030’은 증세를 정당화하기 위해 애드벌룬 띄우기라는 비판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또 `비전 2030’은 나누고 또 나누는 이중의 나눔과 연장선상에 있다. `비전 2030’을 들여다보면 지역 균형 발전이나 양극화 해소 같은 논리 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이란 서울에 편중된 것을 지방으로 나누어 주겠다는 것이다. 양극화는 부자의 것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겠다는 것이다. 나누고 또 나누는 과정에서 총량은 늘어나지 않는다. 나누는 과정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 네거티브섬(negative-sum)이 될 가능성도 높다.
 분명한 것은 분배 중심의 청사진이라는 것이다. 분배가 중심이 되면 정부 역할이 강화되어 `큰 정부’로 나아가게 된다.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는 민간 부문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어야 하는데, 분배 중심의 큰 정부에서는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다. 경제 현상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이나 복지 재정 확대의 현실성에 대해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전체 재정에서 복지 재정 비중이 현재 25%에서 40%로 크게 올라가게 되면 그것이 성장 활력을 둔화시킨다는 것은 분명하다.
 오늘 하루하루가 차곡차곡 쌓여 내일이 되고 미래가 된다. 역사에는 비약이 있을 수 없다. 잘 사는 나라들은 못사는 나라를 착취해서가 아니라 그 나라 국민들이 열심히 일한 덕분이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고 미래는 현재의 결과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미래가 오늘의 노력에 의해 정해진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한 국가의 발전은 국가가 제시한 계획이나 청사진에 의해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주체들의 개별적인 노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2030년에 이 보고서가 제시한 것 이상의 성과를 우리가 이룩한다 할지라도 그 성과는 이 보고서 때문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노력한 결과다. 보고서가 미래를 창조하지는 못한다. 국가가 할 일은 경제 주체들의 경제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개별 주체들의 경제 행위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복지국가는 국민들을 도덕적으로 품위 있는 인간이 되는 것을 방해한다. 인간의 인간다운 품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노력으로 먹고살아야 한다. 국가 복지에 의존하여 자신과 가족의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인간으로서 정당한 품위를 유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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