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파편으로 멍드는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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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파편으로 멍드는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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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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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5년, 국제 체제 변화의 본질-  
이춘근 / 자유기업원 부원장  
 
 9·11 테러 발발 5년이 되었다. 2001년 9월 11일 이후 야기된 세계 정치 변화는 그 이전 5년의 변화보다 폭도 넓고 깊이도 심오하다. 단 몇 시간 사이에 발발했던 테러 사건은 국제정치의 체제변동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9·11의 인명 피해는(3025명). 진주만 기습공격 피해(약 2400명)를 능가하는 것이다.
 9·11 이후의 대 변화는 미국 역할과 태도가 급격히 변했다는 점이다. 또한 국제정치의 주요 행위자가 국가도 아닌 개인과 조직, 이들을 지원하는 허약한 국가들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나라라 할 수 없는 알카에다 등 테러리스트 그룹이 주요 행위자로 부상했고, `악의 축’으로 낙인찍힌 이라크, 이란, 북한 등이 눈에 자주 띄는 행위자들이 되었다.
 9·11 테러공격은 다른 국가, 인종, 종교들이 반목과 미움과 불신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피곤한 세계를 만들었다. 오사마 빈 라덴이 국제정치의 주요 행위자로 간주되었고 그 결과 선량한 시민들도 비행기 타고 내릴 때 범죄자 취급받는 세월이 되었다. 
 두 번째 변화는 싸움의 방식이 달라졌고 두려움의 근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미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알카에다 같은 테러조직, 이들에 기생할 땅을 제공한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국가들, 테러 조직에 무기를 판 이슬람국가들과 다른 지역의 반미주의 국가들이다.
 9·11은 한반도 운명에도 예기치 않은 변화를 초래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시각이 본질부터 바뀌었기 때문이다. 1994년 미국은 북한과 핵 합의를 이룩한 적이 있는데 미국 입장은 북한이 핵폭탄을 한두 개 보유하는 것은 눈감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북한은 미국에 전략적 위협(strategic threat)이 될 수준은 아니었다. 핵폭탄을 한두 발 가지고 있는 것도 두렵지 않았다. 북한이 자살을 각오하지 않는 한 미국을 공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90년대 미국이 우려한 것은 북한이 핵을 중동에 파는 일, 즉 `핵확산’이었던 것이다.  9·11은 이 같은 미국의 가정(假定)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북한 핵폭탄이 `핵확산의 맥락’이 아니라 `핵 테러리즘이라는 맥락’에서 완전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이 1994년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의심하던 미국은 9·11을 계기로 북한을 완전히 새로운 위협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9·11 이후 미국이 우려하는 최악의 안보 위협 시나리오는 테러리스트들이 핵폭탄 등으로 미국을 공격하는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에게 핵무기 등을 건네줄 나라들이 있다는 엄연한 사실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도 그런 나라 중 하나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에게 핵 동결 아닌 핵 제거를 요구하는 것이며, 화학무기, 미사일 등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갑자기 대적(大敵)으로 부상한 북한에 대처하기 위해 동맹국 한국의 도움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9·11 이후 한국 정부는 미국 전략에 동조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방관자, 심지어 북한을 옹호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 결과 한미 동맹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거의 기능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미국은 북한 문제를 혼자 해결하는 방법, 중국에게 요구하는 방법, 일본과 함께 하는 방법 등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한국 측이 작전통제권을 돌려 달라하니 기다렸다는 듯 가져가라는 미국 태도, 북한전체가 자기들 땅이었다고 주장하는 중국, 언제라도 미국 입장을 다 들어주겠다는 일본 태도 등은 9·11 이후 갑자기 바뀌어 진 미국의 북한에 대한 위협 인식과 이를 해결하려는 전략이 투영되며 발생한 상황들이다.
 9·11이후 북한 문제가 `해결’ 되었다고 선언할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의 대북 입장을 제대로 읽은 중국은 미국을 도와줌으로써 북한을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한강 이북이 중국 땅이었다는 주장). 만약 중국 의도와 미국 이해가 맞아떨어지면 남북통일은 물 건너 갈 것이다. 9·11이 야기한 위기는 한반도에는 통일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이용할 수 있는 지혜는 우리 정부가 고심해서 만들어 내야만 할 어려운 숙제다. (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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