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개봉영화 `거룩한 계보’는 `친구’의 전라도 버전이다. 자갈치시장을 무대로 펼쳐지는 `친구’ 역시 죽마고우 친구들이 주인공이고 어둡고 비정한 조폭 세계가 주요 소재이기 때문. 남자들의 우정과 의리, 야망과 배신이 어린 시절의 인연이라는 고리와 함께 이어지는 것이 같다.
“나요…. 군대 현역 갔다 왔지요? 또 몸뚱이에 문신이라고 한 개도 없지요? 또 뭐요? 응… 순천 지역 유네스코 회원에다가 매년 삼만 원씩 뭐시냐 그 국경 없는 의사회 성금도 낸다 이 말이요. 아 근디 내가 어딜 봐서 깡패요?”
절대 `투사부일체’의 대사가 아니다. 이번주 개봉작 `거룩한 계보’가 기존 `조폭영화’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이면서도 중요한 장면이다.
한동안 답보 상태에 머물던 한국형 조폭영화의 진화를 알리는 작품이 나왔다.
치성(정재영)과 주중(정준호)은 조직에 몸담고 있는 죽마고우다.
보스 김영희의 명을 받아 마약 제조업자 최 박사에게 칼을 들이대고 감옥에 간 치성은 그곳에서 수년 전 죽은 줄로만 알았던 또 한명의 죽마고우 순탄(류승용)과 재회한다.
순탄 역시 김영희의 명으로 사람을 죽였다가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아직 집행은 이뤄지지 않은 것.
그러던 어느 날 몇 해 전 치성에게 한쪽 다리를 잃은 경쟁 조직의 두목 성봉식이 치성 부모에게 칼을 휘두른다.
그러나 조직은 세력 확장을 위해 그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급기야 치성에게 등을 돌린다.
10년 간 조직을 위해 충성한 치성은 배신감에 분노하고 순탄을 포함한 감옥 동기들과 함께 탈옥을 모색한다.
이 영화는 상상력이라는 무기로 기존 조폭영화와의 다른 길을 걷는다.
갱스터 무비의 땅에 발을 붙인 비장미만을 답습한 것이 아니라 SF 영화에서나 볼 수있는 판타지를 영화 곳곳에 펼쳐놓았다.
교도소의 탈출을 모의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갖가지 아이디어와 결과적으로 이들의 탈출을 가능하게 하는 사건은 영화를 보고 있으면서도 눈을 의심하게 할 만큼 기발하고 황당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황당함이 대책 없는 코미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폭소가 터져나오다가도 그 앞뒤에 놓인 인물들의 절박함과 인물들 사이의 끈끈한 인연이 오버랩되면서 이야기 자체의 쫀득함을 유지하는 중요한 매개가 된다.
한마디로 영화 속 모든 판타지는 우정의 힘으로 탄생하며 그것은 이해할 만한 수준으로 표현되고 덕분에 관객은 다양한 재미를 느끼며 집중력을 잃지 않게 된다.
물론 흠은 있다. 많은 인물들에 고루 비중을 두려다보니 그 과정에서 인물들 사이의 관계나 상황 설명이 종종 허술해진다. 또 많은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결정적인 폭발력은 없다는 점도 아쉽다.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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