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소아마비·심장병 어린이의 친구-앙드레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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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아·소아마비·심장병 어린이의 친구-앙드레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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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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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김의 흰 옷 뒤엔 날개가 있었다
(dailian)
 
 
 독특한 디자인, 풍성한 볼륨의 하얀 옷과 파운데이션을 바른 얼굴, 머리는 검정 칠로 배색을 아우르고 늘 여성스런 수줍음의 말투와 함께 온화한 웃음을 짓던 남자. 나이를 초월한 신선한 감각과 창조력으로 노년이 없는 것만 같았던 앙드레 김이 병고를 이기지 못하고 12일 오후 끝내 우리 곁을 떠났다. 75세.
 한국을 대표하는 남성 디자이너로 패션계의 한 시대를 풍미한 그에게는 `최고’ `인기스타’ `상류층’ `화려함’의 언사가 따라붙는다. 그의 패션쇼와 등장하는 모델, 그의 의상을 즐겨 입는 고객들을 일컫는 표현들은 한결같이 대중과 인연이 없는 것 같은 느낌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패션 무대가 화려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60년대 이후 근대화 시대의 그늘진 곳에 사랑을 베풀며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멋과 사랑’의 주인공이었고, 불우 아동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 `고마운 아저씨’였다는 사실은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앙드레 김이 패션계에 등장한 것은 5·16 혁명 이듬해인 1962년. 국가살림이 변변치 못하던 그 시절, 남성 디자이너로 최초 패션쇼를 열어 주목받으며 등장한 그는 의상 발표회 수익금을 YWCA 건립기금으로 내놓는가 하면, 파월장병에게 김치보내기, 일선장병 위문 등 국가안보에도 그 나름의 관심과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1960년대부터 그의 패션쇼는 자선을 위한 무대로 펼쳐지기 시작했는데, 70년의 무대는 특히 영친왕 이은(李垠)씨의 부인 이방자(李方子) 여사와의 인연이 남달랐다. 이방자 여사는 정박아를 지도하는 자행회(慈行會)와  농아, 소아마비 아동의 자활을 돕는 명휘원(明暉院) 두 자선단체를 이끌고 있었다. 앙드레 김은 자선 패션쇼를 열어 불우 아동을 위한 복지사업기금을 보탰다. 80년대 이후로는 심장병 아동 돕기, 유니세프 활동, 제3세계 빈곤퇴치 등으로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1965년에는 주한 외교관 부인들로 구성된 국제여성클럽 주최로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열린 앙드레 김 자선 패션쇼에 육영수 여사가 참석하여 패션쇼를 통한 자선사업에 관심을 보였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다. 앙드레 김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상류층이나 지도층 부인들이 고급 의상만을 찾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복을 즐겨입은 육영수 여사 자신이 시장에서 흔히 볼수 있는 옷감으로 한복을 지어 입었기 때문이다.
 그는 전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씨와 이회창 씨 부인 한인옥 씨가 자기 옷을 입었다고 말했으나, 육 여사를 고객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그는 주한 외국대사 등 고위급 외교관이 취임하면 꽃다발을 보내 축하하고, 이임할 때면 파티를 열어 석별의 정을 나눔으로써 그들을 친한파로 만들었다.
 그의 자선 패션쇼는 인기 스타들만이 아닌 주한 외교사절, 미8군사령관의 부인 등이 등장하는 훈훈한 무대였다. 그는 일찌기 1968년 뉴욕에서 패션쇼를 열었을 때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570벌의 의상을 주문받아 대한민국 디자이너가 국산 옷감으로 만든 하이패션 의상을 최초로 해외수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는 2005년 모범 납세자로 선정되어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는 등 문화예술인으로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가 훌쩍 우리 곁을 떠났다. 춘하추동 흰옷만을 고집한 그가 한 시대를 풍미하고 세월 흐름을 따라 하늘길을 갔다. 이 땅의 어린이들을 사랑한 `백의(白衣) 천사’ 앙드레 김. 그가 멋과 사랑에 날개를 달고 천상(天上)으로 훠이훠이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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