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경찰 돈 받은 국회의원 수사가 의회정치 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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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경찰 돈 받은 국회의원 수사가 의회정치 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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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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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청목회 수사 응하고 `그랜저검사’ 수사 촉구해야-
 
(konas)
 
 요즈음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일부 행태를 보면, 너무 치사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청목회로부터 불법 정치후원금을 수령한 혐의가 있는 국회의원들의 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대해 국회의원들은 `국회 유린행위’ `의회정치 말살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러한 비판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턱없는 과장 비판이다.
 어떤 조치를 놓고 `국회 유린’이나 `의회정치 말살’이라고 말하려면, 그 조치가 국회의 기능 혹은 국회의원의 정치활동을 근본적으로 저해하는 것이어야 한다. 국회의원 몇 명의 불법 헌금 수령 혐의를 수사하는 것은 국회 기능이나 국회의원 정치활동을 근본적으로 저해하는 것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지엽적이고 사소한 것이다. 물 한 컵 엎질러진 것을 `홍수 났다’고 소리치고, 사람의 뺨을 때린 것을 두고 `살인했다’고 욕하는 것과 같다.  
 검찰이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사건이나, 이른바 `그랜저 검사’사건 등과 같이 권력 실세나 검사들이 관련된 사건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국회의원 불법 후원금 수령 사건에는 엄중 수사하는 것은 잘못된 일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국회 유린’이나 `의회정치 말살’이라고 과장 비판하여 검찰의 청목회 입법로비 수사를 좌절시키려는 것은 치사하다는 평가를 면할 수 없다. “치사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청목회 관련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에 당당하게 응하고 난 후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이나 `그랜저 검사’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고, 검찰이 그에 불응할 경우 국정조사를 하든 검찰총장 탄핵을 추진하든 해야 할 것이다.
 국회는 특정강력범죄처벌(특강법)에 관한 특별법 개정과 관련된 입법 실수를 놓고 그 책임을 법무부에 전가하는 치사한 모습을 보였다. 법무부는 특강법 내용은 그대로 두고 어려운 용어를 쉬운 말로 고치고 복잡한 문장을 간결하게 다듬는 문장 수정 차원의 개정만 하려는 취지로 특강법 개정안 초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특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3개의 글자를 잘못 삭제하는 바람에 원래 특정강력범죄 범주에 포함된 단순 강간상해죄가 특정강력범죄의 범주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뒤늦게 발견된 그러한 입법 실수를 놓고 법무부는 개정안 초안에는 3개의 글자가 그대로 있었는데 국회심의과정에서 글자들이 삭제되어 입법 실수가 초래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국회는 법무부가 보내온 초안에 3개의 글자가 누락되어 있어서 입법 실수가 초래된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 진실이 무엇이냐를 떠나 입법 실수에 대한 국회 변명은 치사한 것이다. 왜냐하면 입법의 최종 책임자는 국회이기 때문이다. 행정부에서 보낸 법안에 오류가 있을 경우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 입법부인 국회 역할이다. 법무부가 보내온 개정안에 그런 오류가 있었다고 변명하는 것은 입법 실수 책임을 법무부에 전가하려는 치사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국회는 3~4개월 전 일단 국회의원을 했다 하면 많은 연금을 받도록 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그런 법률이 통과된 사실이 뒤늦게 언론매체에 의해 보도된 후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일부 국회의원들은 그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몇 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국회의원 연금관련 법이 연금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도록 개정되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연금관련 법을 입법한 것이 치사한 짓이고, 비판여론이 일자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정으로 국회의원 연금 관련 법 개정 추진을 공언했다가 비판여론이 잠잠해지자 법 개정을 유야무야하는 것도 치사한 짓이다. 
 국회의원들과 국회가 이처럼 치사해서는 이 나라 의회정치는 질적 수준이 향상될 수 없다. 질 높은 의회정치란 의회가 국민을 위한 일을 능률적으로 진행하는 정치를 말한다. 국회의원들과 국회가 치사해서는 의회정치는 국민을 위한 정치와 능률적인 정치로부터는 거리가 멀어지고, 국회의원들을 위한 정치요 당파를 위한 정치에 가까워진다. 오늘날 이 나라의 의회정치가 국회의원과 당파를 위하는 일에 악착같은 면모를 보이는 것은 어제오늘 지적된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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