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가 추기경 윽박지르고, 스님은 山門 폐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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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가 추기경 윽박지르고, 스님은 山門 폐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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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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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관용과 사랑과 용서와 화해정신으로 돌아가야 
(dailian)
 
 
 약 3000여년 전 중국 주나라 때부터 춘추전국시대까지 황하강 유역 사람들 사이에 구전돼온 노래를 공자가 모아 엮은 책이 시경(詩經)이다. 거기에 `연비여천 어약우연(鳶飛戾天 魚躍于淵)’ 이란 시 구절이 나온다. `솔개는 하늘에서 활개치고 고기는 물속에서 뛰논다’는 의미다.
 솔개라는 날짐승은 하늘을 나는 것이 본분이요, 고기는 물속에서 노니는 것이 섭리라는 뜻이다. 날짐승은 하늘을 비상하고 고기는 물속을 유영해야 한다. 농부는 논밭에서 씨 뿌리고 거두는 일에 전념해야 하고 어부는 바다에서 고기 잡는 일에 충실해야 한다. 정치인은 국회에서 나라 다스리는 일에 열중해야 하고 종교인은 구도와 수행에 정진하면서 삶에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삼라만상의 질서는 깨지고 세상은 혼란스러워진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지금 솔개가 물속을 헤엄치려 하고 고기가 하늘을 날려고 하는 부조화 시대의 한 자락에서 살고 있다. 주어진 공간이 하늘인지 물인지 분간도 못하는 무리들이 불어나면서 천지만물 조화가 깨져 부조화로 혼란스럽다.
 특히 종교가 현세의 조화를 깨는 데 한몫하고 있다. 길 잃은 양을 인도하고 중생을 제도((濟度)하여 영적인 풍요로움과 평화로움을 마련해줘야 할 종교가 본분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그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성당에서 미사의 전례에 전념해야 할 신부들이 묵주와 성경 대신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오는가 하면 설법에 애면글면해야 할 승려들이 목탁과 불경 대신 각목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달려 나와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일이 항다반이다.
 만백성을 걱정해줘야 할 종교가 되레 만백성으로 하여금 근심을 사고 있다. 주원인은 종교가 수분하지 않고 현실에 참여하여 심판하려는 데 있다. 종교가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종교의 현실참여는 종교다워야 한다. 사회적 문제가 생겼다면 강론을 통한 복음전파로 길 잃은 양들을 인도하고 설법을 통한 불타의 가르침으로 중생을 제도하는 것이 종교다운 현실참여다.
 그러나 한국 종교의 현실참여는 그러하지 못하다. 국책사업인 4대강 반대투쟁에 나서 거리로 뛰쳐나오고 조작된 광우병 촛불 집회를 주도하여 정권퇴진 운동까지 벌인다. 성직자들이 속세 사람들이나 하는 삭발과 단식을 행하고, 툭하면 기자회견이다 성명발표다 야단법석이다. 권력에 몰입하는 보통사람들의 행태와 무엇이 다른가?
 종교를 지탱하는 가치는 관용과 사랑과 용서와 화해다. 종교는 이웃에게 관용하고 사랑을 베풀고 자비를 실천함으로써 세상을 밝게 해야한다고 가르친다. 종교는 세속 사람들에겐 항상 자신을 낮춰 상대를 이해하고 관용하고 소통해 공동의 목표를 찾으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현실은 영 딴판이다. 가톨릭계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찬반 소용돌이 속에 정결과 순명(順命)을 필수 덕목으로 삼는 사제들이 천주교 최고 어른이신 추기경을 향해 감히 `용퇴`를 강압한다. 자식이 아버지더러 집을 나가라고 윽박지르는 패륜아와 다를 바 없다. 불교계는 예산에서 템플스테이 지원비 63억원이 삭감됐다며 여권 인사들의 입산을 거부하는 산문(山門) 폐쇄의 막다른 길로 나섰다.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속세의 모리배와 하등 다를 바 없다. 내 뜻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교회의 최고 지도자를 치받고,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돈이 적다고 해서 앙탈하는 것이 정녕 종교 본연의 모습은 아닐 터이다. 종교의 가르침대로라면 사제들은 추기경의 말씀이 자신들의 견해와 맞지 않는다고 항명할 것이 아니라 그 뜻을 충분히 헤아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최고지도자를 치받는 정도가 아니라 북한의 김정일이라는 `패륜아’를 감싸는 사제라면 그들은 이미 `종교’의 탈을 넘어섰다. 신부의 복장을 벗어던지고 이념투쟁의 막장으로 나서는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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