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조한선·나문희 주연…모성애 녹아든 `누아르’
`열혈남아’는 세상에 의지할 것이라고는 오직 자기 몸뚱아리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냉혹하고 포악한 `조폭’이 선배의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다.
재문(설경구)은 뻘밭이 펼쳐진 남도땅 벌교로 원정 내려가 죽여야 할 놈 대식(윤제문)의 어머니 점심(나문희)이 운영하는 국밥집을 맴돌며 칼을 간다. 신참 조폭 치국(조한선)과 함께.
그런데 염탐을 하러 찾은 점심에게서 재문은 죽은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한다.
또 점심은 외지에 나가 있는 두 아들 대신 눈앞에 있는 재문에게 살가운 정을 보인다.
둘은 결코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무심함을 가장해 툭툭 던지는 말과 눈빛 속에 서로의 진심이 소통된다.
점심은 재문에게서, 재문은 점심에게서 외로움을 발견하고 조금이라도 그것을 보듬어주고 싶어한다. 역시 자기 식대로.
그러던 중 복수의 날이 찾아온다.
대식이 읍내 체육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부하들을 잔뜩 데리고 고향으로 내려온 것. 재문은 칼을 꺼내 대식을 찾아간다.
영화는 사실 뻔한 구도다. 끝이 보인다는 얘기. 피도 눈물도 없어야 하는 복수가 모성애 앞에서 흔들린다는 설정은, 그것만으로는 전혀 새롭지 못하다.
그런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다.
설경구는 재문을 맡아 나와 너의 경계가 없는 연기를 펼쳤다.
여기에 조한선의 성장이 반갑다. 이 미남 스타는 머리카락을 바싹 밀어버리고 어눌한 전라도 사투리로 무장했다.
태권도 선수 출신이 조폭이 되려고 할 때 수긍할 만한 사연을 안고 있는 치국은 천성이 순한 놈이다.
나문희의 시골 엄마와 윤제문의 조폭 보스 역시 탁월했다.
그런데 여기까지다.
영화는 한 구석도 넘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절제하지도 못했다.
스크린은 울지 않아도 객석을 울게 하는, 절제의 효과를 누린 것이라면 그 파장은 약했다.
심금을 울리는 신파가 있고 배우들의 호연이 보태졌는데도 여운이 약하다는 것은 영화가 애초 의도했던 길대로 걸어가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겨울 개펄에서 불어오는 삭풍에도 불구하고 재문과 점심 사이에서 뜨뜻한 것이 올라오는 기막힌 상황은 충분히 가슴에 화상을 입힐 수 있는 소재.
그러나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 없이 아낌 없이 사랑을 주기만” 하고픈 영화의 진심은 꽃으로 피우지 못하고 흩어져 버린다. 점심이 좋아하는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가 말이다.
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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