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현재 외국을 순방중이다. 인도네시아에 이어 오늘 호주를 방문했다. 국내에 부재(不在)중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지금 국내정치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다. 외국순방 중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당원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여야를 싸잡아 비난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글을 접한 국민들이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다”고 느끼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향해 “지도부가 보여준 지도력 훼손과 조직윤리 실종을 바로잡는 노력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당 창당에 앞장선 김근태 의장에 대한 불신을 말한 것이다. 또 신당과 관련해 “이 문제는 당 지도부나 대선후보 희망자, 의원들에 의해서만 결정할 수 없다”고 현역의원 중심의 신당 논의구조를 정면 거부했다. 이 지경이면 이미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이혼’한 상태나 다름없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해체와 신당 창당이 옳은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지도부와 당원들 간의 토론을 통해 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옳은 지적이다. 정당은 국회의원이나 당직자의 것이 아니라 당원들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나와 있다. 당원의 뜻을 물어 열린당을 해체할 것인지, 아니면 열린당 이름으로 심판받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이상 당 내분으로 국민들을 피곤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 대통령은 또 “대통령 직분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며 “국정수행에 한나라당이 흔들지 않는 일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야당을 비난하기 앞서 청와대는 얼마나 집권 열린우리당과 호흡을 맞춰 국정을 잘 운영해 왔는지 자문하는 게 순서 아닐까? 야당도 야당이지만 툭하면 엇박자를 놓는 집권세력 탓에 국정운영이 더 곤란을 받지 않았느냐는 얘기다.
노 대통령 귀국이 기다려진다. 그러나 열린당 평당원을 자극한 편지 때문에 정국이 더 시끄러워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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