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 새 소설 `해피 패밀리’
비극적 가족의 이야기 통해
당연하다 믿는 `핏줄’에 대한
끈끈한 애정의 허망함 담아내
관계의 속성은 기본적으로 속박이겠지만 그 관계가 제도로 묶여 있을 땐 한층 깊은 속박으로 나아간다. 가족의 다른 이름이 행복이라면 사는 일이 한결 수월하겠지만 각자의 욕망으로 서로 간섭하고 후회하고 원망하는 게 가족의 본업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거두기 어렵다.
대개의 부모는 자식의 일을 염려하다 더 빨리 늙고 대개의 자식은 어느새 늙어버린 부모를 연민하게 되지만 가족 안의 소란은 가실 날이 없다. 고종석의 세 번째 소설 `해피 패밀리’는 가까이 있어서 밑바닥까지 모두 보고 살아야 하는 가족 구성원의 맨얼굴을 세밀하게 그린다.
가족 구성원들이 저마다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가족에게는 남에게 차마 발설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이들은 각자 필요한 만큼의 거리를 두고 살아가지만 원망과 타박이 뒤섞인 뒤범벅의 감정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적지 않은 시간을 가족으로 묶여 살았으면서도 상대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길 멈추지 않는다.
내내 칼끝을 매만지던 작가는 말미에 이르러 금기의 첨단이라 할만한 이 가족의 비밀을 겨눈다. 이 사건을 정점으로 가족은 남보다 못하게 서로 괴롭히고 타인은 그들을 연민한다. 이 지독한 아이러니는 숨막히지만 피할 길이 없고 숨 쉴 틈을 만들며 견디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우리 집은 정상적인 집이 아니야, 언니, 다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살구 있지만, 마음속에 다들 가시 같은 게 있다구. 살짝만 스쳐도 생채기를 낼 아주 날카로운 가시들이. 그렇게 만든 게 민형 오빠구. 그런데두 오빠랑 결혼을 한다구? 이 비정상적인 가족의 일원이 되겠다구?”(89쪽)
등장인물 중 유일한 어린이인 일곱 살 지현이가 식구의 범위를 물을 때 외할머니는 시간을 거슬러 꽁치도 장미꽃도 모두 식구라고 대답한다. 꽁치구이를 좋아하는 지현은 꽁치가 아플까 봐 걱정이다. 아플까 봐 걱정하는, 이 단순하고 당연해 보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 아이가 알게 될까 걱정이다.
고종석은 지난해 9월 일간지의 칼럼을 통해 절필을 선언했다. 직업적 글쓰기를 접겠다고 밝힌 작가의 트위터에는 부지런히 새 트윗이 올라온다. 이 소설은 작가가 2011년에 문학동네 카페에 연재했던, 절필 선언 이전에 쓴 작품이다. 연합
문학동네. 208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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