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바람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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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바람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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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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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피우다’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한 이성에만 만족하지 아니하고 몰래 다른 이성과 관계를 가지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번주 개봉영화 `바람피기 좋은날’와 추천비디오 `바람난 가족’의 소재는 모두 `바람’. 이 영화 모두 비난받아야 될 불륜을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재미를 줬다.
하지만 그것에 그칠 뿐, 그 이상의 걸작이라고는 표현하기 힘들겠다. `바람’을 소재로 발칙하고 흥미로운 `문제작’ 두 편을 만나보자.
그들이 `다른 이성’에게서 찾고자 했던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섹시하게 웃기지만 어딘가 공허한…
 
새영화  `바람피기 좋은 날’
장문일 감독·김혜수·윤진서·이민기·이종혁 주연
 
    이 영화는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볍다. `유부녀의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심각함이나 진지한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행복한 장의사’를 내놓았던 장문일 감독의 `바람피기 좋은날’(제작 아이필름)은 유부녀의 불륜이라는 소재와 함께 김혜수라는 육감적 여배우를 내세워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자칫 소재가 줄 수 있는 무거움을 애써 외면한다.
 심각한 내용을 싫어하는 최근 국내 관객들의 취향을 고려했기 때문일까.
 어쨌든 이 영화는 러닝타임의 절반 이상을 베드신으로 채우는 불륜관계를 소재로 다루면서도 전혀 무겁지 않은 코미디의 형식을 덧씌웠다. 때문에 베드신도 선정적이라기보다는 대부분 코믹하고 장난스럽다.
 이는 상황 자체의 사실적 묘사도 묘사지만 혹시 있을지 모를 사회적 비난을 피해가려는 제작진의 의도적 연출일 수도.
 정작 강렬한 베드신을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여간 실망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배우들의 노출이란 것도 겨우 남자 배우들이 상반신을 보여주는 수준이며 김혜수나 윤진서는 상반신조차도 완전히 보여주지 않는다. 그나마 보여준다는 것이 란제리 차림 정도다.
 기대를 모았던 김혜수는 `타짜’에도 못미치는 노출신을 보여준다.
 만약 파격적인 노출신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을 요량이었던 관객이라면 일찌감치 포기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대담하고 명랑한 유부녀 이슬(김혜수)과 내숭 100단의 유부녀 작은새(윤진서)는 컴퓨터 채팅을 통해 각각 대학생(이민기)과 증권맨 여우두마리(이종혁)를 만나 바람을 피우기 시작한다. 이슬과 작은새는 이들의 컴퓨터 채팅 대화명이다.
 이슬은 바람핀 남편에 대해 `맞바람’으로 응대하고, 작은새는 대화없는 답답한 부부관계를 벗어나기 위해 채팅을 즐기다 바람으로 까지 이어진다.
 이들은 우연히 같은 모텔 옆방에서 불륜을 즐기게 되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슬의 불륜을 눈치챈 그녀의 남편이 경찰관을 대동하고 모텔을 급습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경찰관은 작은새의 남편.
 이슬과 대학생은 경찰에 체포돼 끌려갈 뻔 하다가 방심한 틈을 타 도망치고 갑작스런 남편의 출현으로 화들짝 놀란 작은새 커플은 조용히 모텔에서 빠져나온다.
 이같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이슬과 작은새의 `남편 몰래 불륜’은 계속된다. 두 여자의 대조적인 성격을 드러내보이는 모텔방에서의 톡톡 튀는, 혹은 내숭떠는 대사와 섹스를 대하는 남녀간의 심리차를 코믹하게 묘사한 부분은 나름 재미있기도 하고 현실적이기도 하다.
 `바람피기 좋은날’은 마치 이런 종류의 바람을 많이 피워본 사람이 영화를 만든 것처럼 세부묘사가 충실하고 리얼리티가 뛰어나 현재 바람을 피우고 있거나 과거 바람을 피워본 관객이라면 무릎을 치면서 공감할 부분이 많을 듯 하다.
 `타짜’로 흥행배우의 반열에 오른 김혜수는 이제는 연기에 관록이 붙었는지 자연스럽고 편안한 유부녀 연기를 보여준다. 윤진서와 남자 배우들의 연기도 그들의 경력을 감안하면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마냥 유쾌하고 재밌게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소재가 줄 수 있는 무거움과 진지함을 애써 배제한 데서 오는 공허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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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비디오  `바람난 가족’
 
온 가족이 섹스에 미쳤다?
 
 젊은 여자와의 섹스를 즐기는 남편, 옆집 `고삐리’를 꼬드겨 `사고’를 치는 아내, 나이 예순에 처음 오르가슴을 느껴봤다고 좋아하는 시어머니.
 임상수 감독의 영화 `바람난 가족’은 남편, 부인, 시어머니 할 것 없이 온 가족이 바람난 집안의 이야기다.
 집안의 가장이며 변호사인 영작(황정민)은 특별히 돈을 밝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올바른 일만 도맡아하는 정의파도 아닌 평범한 30대 남자. 영작의 바람 상대는 한참 나이가 어린 젊은 여자 연(백정림)이다. 영작은 그럭저럭 아내와의 성생활에 충실하면서도 젊은 애인과 섹스를 즐긴다.
 아내 호정(문소리)은 현재는 동네 무용학원에서 춤을 추는 것이 전부인 전직 무용수. 입양한 아들 수인(장준영)을 키우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평범한 주부다.
 한편 영작의 아버지 창근(김인문)은 6.25 때 북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간직한 실향민으로 일생을 술에 빠져 살다 간암에 걸려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이에 개의치 않는 듯 아내 병한(윤여정)은 초등학교 동창생과의 늦바람이 즐거울 따름이다.
 남편이 이집 저집 오가며 섹스에 열중하고 시어머니는 오르가슴의 발견에 기뻐하던 어느날 호정에게도 바람날 대상이 나타난다. 옆집 고등학생 지운(봉태규)이 맴돌기 시작한 것. `찐하게 연애 한번 하자’는 지운의 제안을 호정은 유쾌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던 중 이 `바람난 가족’의 평온을 깨는 사건이 발생한다. 영작의 실수로 차 사고를 당한 우편배달부(성지루)에 의해 아들 수인이 살해당한 것. 수인의 죽음에 괴로워하던 영작과 호정은 서로의 `바람’에 대해 말다툼을 벌이고 각자의 애인을 찾아 가는데….
 영화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콕콕 찌르는 듯 `리얼’하게 쏟아지는 대사다.
 여기에 연기 잘하기로 유명한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와 속도감 있으면서도 깔끔하게 전개되는 감독의 연출력도 영화를 돋보이게 한다. `자유로운 성’이 `가족’이라는 틀 안에 들어오면서 감독은 주장의 강도를 높였다.
 “인생 솔직하게 살아야 돼. 내 느낌대로. 그렇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지. 하루를 살아도 사람답게 살아야지”라며 아들 내외에게 털어놓는 시어머니의 대사는 감독이 하고 싶은 얘기를 대신 해주는 듯하다.
 하지만 유쾌한 방식으로 기존의 `가족’ 개념을 뒤집고 성에 대한 이전의 도덕심을 전복시키는 데 성공한 감독은 그 바탕 위에 풀어낼 새로운 이야기를 던져주지는 못하고 있다.  18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4분.  /남현정기자 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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