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넘긴 세월호 사태, 새누리당도 사태 키웠다
  • 한동윤
고비 넘긴 세월호 사태, 새누리당도 사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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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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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노숙자” 막말로 유족들 자극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세월호 유족인 `유민 아빠’가 단식을 중단했다. `유민 아빠’에 질질 끌려 다니며 장내외(場內外)를 오락가락했던 새정치민주연합도 국회로 복귀하기로 했다. `해난사고’인 세월호 침몰이 온 나라를 뒤흔든 `정치문제’로 비화됐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세월호 사태’가 큰 고비를 넘긴 것이다.
 세월호 사태를 이렇게 키운 데에는 야당의 가세와 선동이 큰 몫을 한 게 사실이다. 특히 `유민아빠’의 단식 중단을 호소한다던 새정연 문재인 의원이 그 옆에서 동조 단식에 들어감으로써 당 안팎으로부터 비난을 들어야 했다.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치인의 처신으로서는 `빵점’이라는 비판이다. 더구나 `3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민생법안을 외면한 새정연은 그 대가로 당지지율이 20%를 간신히 넘는 수모(受侮)를 당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잘했을까? 박 대통령이 `유민 아빠’의 면담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것은 `원칙’과 `일관성’의 측면에서 나무랄 일이 아니다. 유민 아빠의 주장이 애초 `수사권’과 `기소권’을 세월호조사위에 달라는 초법적인 것이고, 박 대통령이 유민 아빠를 만나줘도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임을 감안하면 면담 거부는 당연한 것이다. 더구나 유민 아빠가 박 대통령을 향해 “씨X”같은 쌍욕을 내뱉었고, “내 고집이 센지 박근혜 고집이 센지 두고보자”는 등 세월호 유족 이상의 `정치투사’ 행태를 보임으로써 박 대통령이 만나기엔 부담이 너무 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그렇다 치고 새누리당은 새정연에 비해 결코 잘한 것도 없다. 장외로 나가지만 않았을 뿐 세월호 유족들을 설득하기는커녕 입만 열면 유족들을 자극하는 망언을 늘어 놓음으로써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이 있다. 특히 주호용 정책위의장의 “세월호는 교통사고”라는 망언이 결정적이었다.

 주 의원은 법관 출신이다. 살인자를 재판할 때도 왜 피고인이 살인자가 되었는지, 살인의 배경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판사였다. 그런 그가 300명에 가까운 학생이 몰살했는데 이를 `교통사고’로 규정함으로써 인간미조차 없는 싸늘한 냉혈한이라는 인상을 자초했고, 새누리당 역시 같은 비난을 받아야 했다.
 세월호 침몰은 분명 교통사고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그렇게 `교통사고 이상의 사건’으로 간주하고 있다. 선박회사와 `관피아’의 더러운 유착(癒着), 학생들이 배에 갇혀 울부짖는 데도 구조조차 하지 않은 해경(海警)의 행태로 보면 세월호를 교통사고로 규정하는 주 의원의 판단은 유족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지난 8월 1일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인터뷰 중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해 “국회에서 저렇게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디 뭐 `노숙자들’ 있는 그런,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유족들을 `노숙자’에 비유한 것이다. 김 의원의 망언은 7·30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둔 바로 그 다음날 나왔다. `노숙자’ 발언이 유족들을 또 한 차례 격분시켰다. 주호영· 김태흠 의원 발언에 조동원 홍보본부장은 페이스북에 “선거가 끝난 지 얼마나 됐느냐”며 “왜 노숙자니 교통사고니 하는 그런 발언으로 갈등을 유발하고 상처를 주는 거냐”고 비난했다. 김 의원 출신지는 충남 서천·보령이다.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대구 수성을이다.
 이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은 세월호 사태의 구경꾼 같은 존재였다. 세월호 유족과 새누리당 간에는 소통 창구마저 없었다. 유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새누리당과 매일 만나고 싶은데 우리를 찾은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호들갑 떨며 유족들과 만나기 시작한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민 아빠 등 유족에게 관심을 쏟고 동조단식이 늘어나고 부터다. 이완구 원내대표가 주호영 정책위의장 등과 함께 유족 직접 접촉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면담에서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교통사고” 그 발언 때문에 유족들로부터 비난을 바가지로 듣는 수모를 겪었다. 새정연은 유민 아빠에 끌려 다니고 광화문으로 어디로 방황하며 망신당했지만 새누리당도 잘한 일은 하나도 없다. 세월호 와중에 `아이스 버킷’을 뒤집어 쓴 당대표는 또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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