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우리나라에서 프로레슬링대회가 사라진 것은 1960년대다. 1965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5개국친선 프로레슬링대회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레슬러 장영철이 일본 오쿠마 선수와의 대결에서 고전하게 되자 “프로레슬링은 쇼”라고 폭로하는 바람에 레슬링 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당시 장영철은 오쿠마의 새우꺾기공격으로 허리가 꺾여 링 바닥을 치며 비명을 질렀고 그런데도 오쿠마의 공격이 계속되자 링사이드에서 지켜보던 장영철의 후배들이 링에 뛰어 올라 오쿠마의 머리를 병과 의자로 내리치고 난투극을 벌였다.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 속에 경기는 중단됐고 경찰조사과정에서 장영철은 `프로레슬링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오쿠마의 새우꺾기공격은 `각본(脚本)’에 없었다는 취지다. 그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국내 프로레슬링은 “싹” 자취를 감췄고,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복이 안 되고 있다.
그런 삼류 `프로레슬링 쇼’가 8월 30일과 31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렸다고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에서 국제프로레슬링 대회가 열리는 것은 1995년 이후 19년 만이다. 이 대회는 안토니오 이노키 일본 참의원이 대회조직위 공동위원장을 맡아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노키는 이북출신(함경남도)인 역도산의 제자인 유명 레슬러 출신이다. 주걱턱이 펠리컨 처럼 길어 별명도 펠리컨이다.
프로레슬러들의 경기에 환호한 평양 주민들의 모습은 50년 전 서울시민들의 그 것과 똑같았다. 선수들이 과장된 몸짓으로 충돌하고 타격을 가하면 탄성을 질렀고, 선수가 쓰러지면 손으로 입을 가리고 놀란 표정을 짓는 모습이 그랬다. 마치 레슬러들이 `각본’도 없이 죽기살기로 싸우는 것으로 굳게 믿은 눈치다. 북한 TV에 보도된 화면을 보면 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선수가운데서 우리나라 최홍만과 격투기대회에서 맞붙어 KO패한 미국 의 퇴물 레슬러 밥샙의 모습을 발견하고 웃음을 참기 어려웠다. 2대 2 남자 복식 경기에서 불구대천의 `원쑤(怨讐)’인 미국팀이 일본팀을 누르자 평양 관중들이 경기장이 떠나가라 환성을 지른 것도 어색했다.
일본은 종군 위안부를 부정하고,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전쟁범죄-패륜국이다. 종군위안부와 독도는 대한민국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고 북한에도 직결된 문제다. 그런 북한이 일본의 싸구려 정치인과 삼류 레슬러들을 불러들여 서울에선 50년 전 사라진 `삼류쇼’를 보여주는 엽기극(獵奇劇)으로 평양주민들을 속였다. 몸 파는 창녀도 나쁘지만 `매춘’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파락호는 더 문제다.
김정은은 지난 1월 미국의 퇴물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맨을 평양으로 초청해 농구경기를 갖는 한편, 호화퇴폐파티를 제공하며 흑인알콜중독자의 환심을 샀다. 로드맨은 동료 퇴물 농구선수들에게 “김정은 생일이다. 사흘 동안 3만5000달러를 주겠다. 가겠나?”라고 제의하는 발언이 공개됨으로써 북한이 미국 퇴물 농구선수들을 `3만5000달러’를 주고 동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에서 50년 전 사라진 프로레슬링을 보고 감탄하는 평양 관중도 딱하지만 퇴물 레슬러와 흑인 농구선수들을 불러들여 변태-엽기 쇼를 벌이는 북한이 더 불쌍하다. 북한 주민들을 싸구려 스포츠 이벤트로 언제까지 속일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삼류, 사류 레슬러와 마약과 알코올에 찌든 퇴물 농구선수들에게 들어간 달러가 더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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