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광화문을 시민에게 돌려줘라
  • 한동윤
세월호, 광화문을 시민에게 돌려줘라
  • 한동윤
  • 승인 2014.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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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농성·단식이 몰고온`세월호 피로증’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모셔져 있다. 두 위인의 머리 뒤에는 북악산의 정상이 보인다. 그 아래에는 대통령이 집무하는 청와대가 자리하고 있다. 광화문은 그야말로 `1번 국도’가 통과하는 대한민국과 서울의 상징이다.
 그런 광화문을 세월호특별법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는 유족 등 온갖 집단의 천막이 점령하다시피했다. 천막 안팎에서는 정부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에게 욕을 퍼붓고 저주를 날리는 모습이 하루 종일 계속된다. `유민아빠’ 김영오씨와 단식하던 문재인 의원의 자리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강경파 정청래 의원이 20여 일째 단식 중이다. 그 주변에는 통진당 당원들도 “단식”을 내걸고 농성 중이다.
 광화문은 서울시에 의해 `문화 활동 공간’으로 규정된 장소다. 2011년 서울시 의회가 제정한 `광화문 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는 `서울시장은 시민이 평화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시민의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 활동 등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광장을 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문화 활동 등이 아닌 정치적 집회와 시위는 모두 금지해야한다는 취지다.
 서울시 조례에 따라 현재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지는 세월호 농성과 집회는 모두 `불법(不法)’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수수방관이다. 광화문 광장을 담당하는 백 모 주무관이 지난 7월 14일 세월호 유족 등에게 “광화문광장은 시민이 즐기는 장소”라며 천막 철수를 종용하다 유족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일이 벌어졌는데 서울시는 백 주무관을 징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광화문이 세월호 유족과 야당 세력, 그리고 노란 리본이 지배하는 치외법권의 해방구(解放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세월호 사고는 분명 비극이다. 300명 이상의 인명피해도 그렇지만 피해자 대부분이 어린 학생이라는 점에서 국민 모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세월호 사고 이후 경제활동이 사실상 마비된 것도 국민들의 트라우마가 그만큼 컸다는 증거다. 광화문 농성과 단식, 노란리본이 아니더라도 자식을 바다에 수장(水葬)한 부모들의 심정은 국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됐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국민 사이에 `세월호 피로감’이 만만치 않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추석민심’을 전하는 사설에 “세월호에 진저리치는”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국민들이 5개월째 계속되는 세월호 사태에 몸서리친다는 뉘앙스다. 세월호 때문에 장사도 안 되고 경기도 가라앉는다는 탄식도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심지어 300명 가까운 학생이 숨진 단원고가 위치한 안산시에서조차 `세월호’ 플래카드가 찢어지고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다. 안산시 상인회가 노란색깔의 세월호 펼침막과 플래카드가 “시민들의 기분을 우울하게 하고 영업에 방해된다”며 철거한 것이다. `세월호 피로감’의 상징적 사례다.
 세월호 농성과 시위, 집단단식이 장기화되면서 세월호에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해온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지지율도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7일 발표한 9월 첫주 집계에 따르면 새정연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0.6%포인트 하락한 19.5%로 집계됐다.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10.7%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중앙일보의 10~11일 긴급 여론조사 결과, 새정연의 장외투쟁에 응답자의 76.8%가 반대 의견을 냈다. 직전 조사 때(66.3%)보다 “반대”가 10.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세월호 사태가 계속될 수록 세월호에 동조하고 동감하는 국민들이 점점 줄어든다는 증거다. 조선일보의 “세월호에 진저리 치는”이라는 사설 제목이 틀리지 않다.
 광화문은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모셔져 있는 성스러운 곳이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한번은 꼭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이제 광화문을 시민에게 돌려줄 때가 됐다. 세월호 유족들의 아픔과 요구는 충분히 전달됐다고 본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그 심정이 농성과 집단단식의 장기화로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을까 걱정된다.
 세월호 문제는 정치권에 위임하면 된다. 특별법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넣고 빼고는 여야의 협상에 맡기면 될 것이다. 일상으로 돌아가 희생된 가족과 함께 영혼의 휴식을 취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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