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2013년 1월 14일. 민주당 문희상 비대위원장 등 소속의원 40여 명이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문 위원장 등은 현충문 앞 시멘트 바닥에 넙죽 엎드려 `속죄의 삼배(三拜)’를 했다. 현충문에는 “잘못했습니다. 거듭나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2012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문재인 후보가 참패한 뒤 민주당은 `비상한 각오로’ 당을 혁신한다며 비대위체제로 전환하고 문희상 의원을 위원장에 임명했다. 문 위원장 등의 현충원 참배와 삼배(三拜)는 대선 패배에 속죄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 위한 것이었다. 1월 14일 그 혹한(酷寒) 속에 콘크리트 바닥에 엎드려 삼배까지 했으니 얼마나 추웠을까?
이게 다가 아니다. 문희상의 민주당은 백령도에서 비대위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날씨가 여의치 않자 연평도를 방문해 “민족 생명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때만 해도 많은 국민들은 민주당이 환골탈태할 것으로 믿었다.
그로부터 1년8개월여. 문희상 의원이 똑같은 `비대위원장’ 감투를 쓰고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이다. 7·30 재보선에서 대참패를 당한 뒤 당을 쇄신한다며 박영선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뽑았으나, 바로 그 박 원내대표가 세월호특별법 협상에 실패하고 “당직을 사퇴하라”는 압력을 받다 “탈당하겠다”고 `몽니’를 부리는 통에 당이 풍비박산 처지로 내몰리자 문 의원이 다시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다. `데자뷰’도 이런 데자뷰가 없다.
2013년 문 위원장은 “잘못했습니다. 거듭나겠습니다”라고 굳게 다짐했지만 박근혜 새정부의 정부조직법개정안을 거부하며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정부조직법을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각료가 임명되지 못해 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연 2주째 국무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북한 대남 공작 총책 김영철 정찰총국장(대장)은 정규 TV뉴스에 출연해 “3월 11일 그 시각부터 조선정전협정 효력을 완전히 전면 백지화해버릴 것”이라고 협박하고 “정밀 핵 타격으로 맞받아치고 퍼부으면 불바다로 타 번지게 돼 있다”고 공갈 협박했다. 제네바 주재 북한 외교관 전용룡이 유엔 군축회의에서 한국을 “최종 파괴(final destruction)하겠다”고 협박한 데 이은 `핵 파괴’ 공갈이었다.
그러나 문희상의 민주당은 정부조직개편을 거부했다. 북핵에 대응해야 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식물상태에 빠졌다. 박근혜 정부를 `불구’로 만들며 반대한 이유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관할권을 방송통신위에서 미래창조부로 넘길 수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 SO가 미래부로 이관되면 언론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연평도에서 다짐한 “민족 생명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 않을 것”이라는 약속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비대위원장을 재수(再修)하는 문희상 비대위원장에 기대를 걸만한 `희망’이 보인다. 문 위원장이 세월호특별법 논란에 대해 “야당은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수사권, 기소권 때문에 두 차례 여야 합의를 파기하고 세월호 유족들에게 무릎 꿇은 새정연의 변화를 예고하는 메시지다.
문 위원장의 1년 8개월 전 “잘못했습니다. 거듭나겠습니다”라는 반성과 다짐은 실패했다. 과연 문 위원장이 1년 8개월 후 새정연을 바로 세울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돌고 돌아 문희상’이라는 소리가 들리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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