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이재오 의원은 새누리당 입장에서 `계륵(鷄肋)’이나 다름없다. 소속의원으로 동질감을 공유하자니 너무 멀리 야(野) 쪽으로 가버렸고, 내치자니 탈당 의사가 없는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특히 이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할 때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보다 더 가혹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에 대한 의무를 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국민에게 그 의무를 반납하고 세비도 돌려드려야 한다”며 야당을 정면 비판했다. 반년 가까이 법안 하나 처리하지 않고 먹고 노는 국회, 특히 야당의원들을 향한 작심 발언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법안 처리에 여당이 앞장서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여지없이 이 의원이 날카로운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17일 당 회의에 나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세월호 유족과 야당)에게 동냥은 못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아야 한다”며 “출구를 열어주는 정치를 해야 하는데, 출구를 틀어막으면 그 책임은 정부 여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출구’를 막았기 때문에 쪽박이 깨져도 그 책임은 박 대통령에 있다는 직설적 비난이다. 박 대통령의 `세비 반납’ 발언이 다소 강경했다 해도 국민의 대다수가 동의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의원의 비난은 지나치다. 설령 박 대통령을 비난한다 해도 과격한 세월호 유족과 국회를 내팽개친 야당에 대한 비판으로 균형을 잡았어야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여야의 `세월호특별법 2차 합의안이 정부 여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협상안이 마지막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협상 교본에도 없다”며 “그러면 정치할 게 뭐가 있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대통령이라면 사사건건 시비거는 게 그의 본분처럼 보인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쉬지 않고 박 대통령과 정부 여당을 비판해왔다. 그는 지난 6월 박 대통령이 사표를 낸 정홍원 총리를 재신임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세유삼망(世有三亡-망하는 세 가지 길)’이라는 글귀를 올렸다. 박 대통령이 망하는 길로 들어섰다는 저주다. 그는 기자들에게는 “(현 정권에) 인물이 그리 없느냐”고도 했다.
그에 앞서 2006년 7월 이재오 의원과 강재섭 전 대표의 당 대표 경선에서 친박은 강 전 대표를 밀었다. 박 대통령과 이 의원 사이가 결정적으로 틀어진 계기다. 그 후 두 사람은 사사건건 충돌했다. 이 의원이 시비를 거는 형태다.
그런 이 의원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돕지 않았다. 그는 기자들이 박 후보 지지 여부를 묻자 “박 후보로부터 직접 연락이 온 적이 없는 데 이런 상황에서 먼저 행동할 수 있겠느냐. 당인으로서 지역구 관리를 열심히 하는 게 도와주는 게 아니겠느냐”고 직접 지원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심지어 그는 “이번 대선은 내 마음 속에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하다”는 말까지 했다. “관심이 없다”는 의미다.
이 의원은 대선 막바지 부산 등에서 박 후보 지원활동을 하기는 했다. 정몽준 의원과 함께다. 그러나 그의 지원에 진심이 묻어났는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이념적으로 흐느적거린 이명박 정부 2인자로 권력을 휘두른 이 의원이 박근혜 정부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비틀거릴 때 이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어떤 건의를 해서 국정을 바로 잡았느냐고 묻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제 자기 갈길을 다시 찾아야 한다. 새누리당에 계륵으로 남을지 아니면 혈액형을 찾아 다른 당으로 갈지를 정하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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