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춤 통해 자유 꿈꾸는 소박하지만 뜨거운 저항
가톨릭 세력과 밀약한 지주들의 압제에 맞서 `마을회관’에서 자유로운 사상을 설파하던 지미(배리 워드)는 `불온한 자’로 낙인찍혀 지역사회에서 추방된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지미. 사랑했던 오너그(시모네 커비)는 이미 결혼했고, 어머니는 늙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밭이나 갈면서 조용히 세월을 보내려 하지만 변화를 갈망하는 젊은이들이 그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지미는 다시 지인들의 도움으로 마을회관인 `지미스홀’을 지으려 하지만 지주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힌다.
`지미스 홀’은 켄 로치 감독에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겼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아일랜드 독립을 놓고 격렬하게 대립했던 두 형제의 이야기인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보다 시기적으로 뒤에 놓인 이 작품에서 로치 감독은 아일랜드의 슬픈 역사를 다시 한 번 끄집어 낸다.
영화는 가톨릭과 결탁한 지주 세력의 압제에 저항하는 지미의 작지만 `위대한’ 투쟁을 조명한다.
10여 년간의 추방 생활 끝에 가까스로 고향에 돌아온 지미가 다시 `저항’이라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건 불편부당한 현실에 대한 정당한 분노와 자유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정치·경제·문화까지 통제하는 지주 계급은 미국의 재즈를 소개하고, 자유로운 생각을 설파하려는 지미를 “적 그리스도”로 매도한다. 마을의 존경받는 신부조차 “잘못된 의리를 고집하면 가족이 고초를 겪는다”며 지미를 협박한다.
영화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걸 알면서도 뜨겁게 살 수밖에 없었던 지미의 발걸음을 조용히 따라간다. 자유인으로 살고자 춤추고 노래할 권리가 있다는 지미의 삶을 2시간가량 지켜보다 보면, 무언가 꿈틀대는 감정의 밀물이 마음속으로 밀려들지도 모른다.
지미의 투쟁을 지켜보면서 끝까지 지지를 아끼지 않는 늙은 어머니의 모습도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에 충분하다. 로치 감독이 마지막으로 연출하는 장편영화라고 선언한 작품이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연합
12세이상관람가. 상영시간 1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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