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영화, 애매모호한 경계
  • 이부용기자
현실과 영화, 애매모호한 경계
  • 이부용기자
  • 승인 201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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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DVD `극장전’

[경북도민일보 = 이부용기자]

 선배의 영화를 보고 나온 극장 앞, 영화 속 여주인공과 우연히 마주친 한 남자의 하루 이야기를 담은 영화.
 홍상수 특유의 현실과 밀착된 대사는 이 영화에서도 여전한 특징이다. 영화는 `영화 속 영화’와 그 영화의 영향 속에서 현실의 하루를 지내는 주인공의 이야기라는 두 단락으로 나뉘어 있다.
 2005년 칸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초청된 `극장전’.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96년) 이후 감독의 여섯 번째 작품인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영화란(그것도 홍상수 감독의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영화다.
 영화 속 영화는 감독 자신의 영화처럼 현실에 `처절하게’ 가까운, 그래서 `귀여운’(영화 속의 표현대로)영화고, 이 영화를 본 영화 속의 남자는 자신의 현실과 영화 속 이야기를 착각한다. 이쯤 되니 주인공의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다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그냥 실제였고 어떤 부분이 영화를 의식한 행동일까.
 영화 속 영화의 주인공은 수능시험을 막 마친 상원(이기우)이다.
 형에게 용돈을 받아 주머니가 두둑한 그날, 우연히 안경점에 일하고 있는 첫사랑 영실(엄지원)을 만난다.
 `담임이 미친놈이라’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준비한다는 영실.
 어색한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술자리에 이어 여관에까지 동행하지만 이날따라 상원의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안되는데 왜 자꾸 하려고 그래”. 영실의 이 말에 상원의 입에서는 “죽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뚱맞은’ 말이 튀어나온다.
 이 영화를 본 동수(김상경). 영화는 암투병 중인 선배 형이 감독했던 단편이다. 마침 극장에서는 그 선배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선 극장 앞, 뜻밖에 영화 속 여주인공인 영실이 있다.
 사람들 속으로 사라져가는 그녀를 뒤로하고 커피숍을 들른 그는 저녁에 그 선배의 후원모임이 열린다는 연락을 받지만 선뜻 내키지 않는다.
 다시 무작정 걷게 된 거리에서 동수는 영화 속의 안경점에서 다시 영실과 마주친다.
 학생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영실에게 동수는 용기를 내어 인사를 건네고, 영실은 그런대로 성의있게 그의 말상대를 해준다.
 영화는 감독의 작품들 중 가장 말끔한 형식미를 갖추고 있는 영화로 평가받을 수 있을 듯하다.
 영화와 현실 속의 두 주인공은 누가 모방자며 누가 피모방자인지, 어떤 쪽이 영화고 어떤 쪽이 현실인지를 오가다가 결국 `둘 다’로 수렴된다.
 한편으로 감독 특유의 인간에 대한 독특하지만, 날카로운 묘사는 이 영화에서 더 능수능란하게 현실에 밀착돼 있다. 이 덕분에 감독은 허위의식의 코미디라는 점에서 전작을 뛰어넘는 성취를 이루고 있다.
 18세 관람가. 상영시간 89분.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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