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문성근씨가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친서를 가지고 방북했다고 동아일보가 9일 보도했다. 문씨는 지난 2003년 11월 12∼18일 통일부의 허가를 받고 문익환 목사 10주기 행사 협의를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 최측근 안희정 씨에 앞서 영화배우가 중차대한 남북정상회담에 끼어들었었다는 얘기다. 기가 막힌다.
안희정 씨 대북 비밀 접촉을 주선한 사업가 권오홍 씨는 “지난해 12월 16∼19일 방북했던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으로부터 노 대통령이 `내 본심이 북한에 제대로 전달되는지 확인하라. 개인적으로는 문 씨를 통해 보낸 편지가 잘 전달됐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의 진심이 영화배우에 의해 확인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들을수록 어처구니가 없다. 또 이 의원은 “문성근의 평양 방문 때 그를 통해 보낸 친서의 답장을 받지 못해 대통령이 화가 났다”고도 했다. 도대체 참여정부에는 안희정 씨와 영화배우 문성근 씨 말고는 북한과 접촉할 인사가 없었다는 얘기인가.
노 대통령은 중동 순방 중 쿠웨이트에서 북한 대사를 만나 간곡한 목소리로 “진심으로 한다. 전해달라”고 주문했다. 외교 상궤를 벗어난 이런 주문이 문 씨를 통해 보낸 친서나, 안 씨를 통한 접촉이 실효가 없기 때문에 이뤄진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남북정상회담은 필요하다. 그러나 연기나 극적 효과를 노리는 회담은 위험하다. 더구나 북한은 아직 핵을 보유하고 있다. 정상회담은 북핵이 폐기되거나, 폐기한다는 서약이 이뤄지는 형태여야 한다. 영화배우나 비선조직이 움직여서는 절대 안되는 이유다. 특히 북한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생각해보라. 영화배우가 나서고 측근이 출몰하면 남한을 얼마나 우습게 보겠는가. 남북정상회담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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