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보건복지 장관이 국민연금법 처리 실패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청와대는 사표 수리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만두겠다는 사람을 내각에 앉혀놓고 일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애매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유 장관은 취임 때나 퇴임 때나 너무 시끄럽다.
노무현 대통령은 유 장관에게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하라”고만 말했다. 사표 수리에 대해선 침묵이다. 유 장관은 “내가 걸림돌이 된다면 사퇴로 해소되면 좋겠다”며 사퇴 의사를 재확인했다. 이런 애매함은 청와대가 국회에서 거부된 국민연금법을 국회가 재처리할 경우 유 장관을 정리할 계획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국회가 법을 통과시켜주면 유 장관을 바꾸겠다는 메시지다.
국회가 연금법을 부결시킨 것은 포퓰리즘의 극치다. 국민연금을 지금 상태로 놔두면 기금이 고갈돼 대재앙이 닥칠 것은 국회의원들이 더 잘 안다. 그래서 연금법 개정을 여야가 주장해온 게 아닌가. 그런데 `더 많이 내고 덜 받는’ 법개정안이 제출되자 연말 대통령선거를 의식해 이를 부결시켰다. 표만 보이고 국민들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는 식이다. 국회는 정부가 개정안을 재제출하면 무조건 이를 통과시켜야 한다. 특히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원과 탈당파인 김한길 의원이 연급법 처리에 협조하지 않은 것은 정치인으로 탄핵감이다.
그럼에도 유 장관 책임은 분명하다. 사실상 그가 정치권에 밉보여 연금법이 부결됐다는 것은 정치권의 상식이다. 열린우리당의 탈당 요구를 무시하고 “한나라당 집권 가능성 99%”라거니 직분에 맞지 않는 얘기로 분란을 일으킴으로써 열린우리당의 기피인물로 낙인 찍혔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유 장관부터 경질하고 연금법을 국회에 다시 제출해야 한다. 국회가 연금법을 신속히 처리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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