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정치지도자에 대한 평가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전직 대통령의 경우는 더 그렇다. 심지어 전직 대통령을 ‘점수’로 계량(計量)해 평가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禁忌)에 속한다. 현역 정치인의 경우 특히 그렇다. 그 금기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깼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70점 정도의 점수를 줬다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80점 이상의 후한 성적을 매긴 것이다.
문 의원은 지난 20일 기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역사를 긍정적으로 본다.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했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은 누구든 다 공(功)이 많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은 건국의 공이 있고, 박정희 대통령도 산업화에 공이 있다. 공칠과삼(功七過三) 정도는 된다”고 했다. 그의 말은 100점 만점으로 따지면 박정희 전 대통령도 70점 정도는 된다는 얘기다. 이어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등) 민주정부에 대한 평은 좀 더 후하다. 공팔과이(功八過二) 정도다”라고 했다. 100점 만점에 80점 정도는 된다는 것이다.
문 의원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더 후한 점수를 준 이유에 대해 “그 시기(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기)에는 산업화가 우선 순위였지만 적어도 역사가 발전한 이후에는 그 과정에 있었던 민주주의 파괴나 인권 유린 등 국민의 신체를 해하는 고통까지 줬으니까 그런 부분의 반성과 함께 청산하고 넘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진정한 화해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화해라는 것이 피해를 입은 측에서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가해자 측이) 진실을 받아들이고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있어야 화해가 되는 것이다.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는 얘기”라며 “우리사회가 온전하게 통합하고 화해한 것은 아니지만 민주정부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노력을 한 반면, 지금(박근혜 정부)은 그런 식의 의지가 전혀 없고 노골적인 편 가르기를 한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김대중·노무현만큼 높이 평가할 수 없다는 뉘앙스다.
그는 지난 2012년 9월, 민주당 대선 후보 첫 공식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만 참배하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는 거부했다. 그는 그 이후에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은 참배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후보 당시 김대중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문 의원 주장처럼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산업화’의 업적을 남겼다. 대한민국 경제가 세계 12위의 경제강국으로, 세계 9위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배경은 박 전대통령의 ‘산업화’를 빼면 설명이 안 된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1위도 박 전 대통령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5·16으로 헌정을 파괴한 책임이 있다. 또 산업화와 압축성장 과정에서 인권탄압의 암흑기를 만든 과(過)도 분명하다. 반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화라는 공(功)이 있지만 북한 김정일 집단과의 관계에서 국체(國體)에 흠집을 냈다는 평가가 따른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제공한 10억 달러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전용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차 연평해전에서 우리 해군의 손발을 묶어 사상자를 내게 했다는 비난 역시 따갑다.
노 전 대통령은 두말할 것도 없다. ‘박연차 비리’ 때문에 투신자살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두고두고 치욕감을 안겨준 책임이 있다. 그가 임기 말 김정일과 체결한 ‘10·4 성명’은 두고두고 우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재인 의원이 아무리 노무현 비서실장 출신이라지만 박정희 70점, 김대중·노무현 80점은 너무 심한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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