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향한 恨맺힌 사랑 `천년학’되어 날아오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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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향한 恨맺힌 사랑 `천년학’되어 날아오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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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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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 100번째 `혼’
 
 거장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 `천년학’은 1993년 작인 `서편제’와 마찬가지로 이청준의 판소리 연작 `남도 사람’을 원작으로 한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천년학’이 `서편제’의 속편 내지 `서편제 2’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게 됐다. 더욱이 `서편제’의 주인공인 송화와 동호가 `천년학’에서도 역시 주인공일 뿐 아니라 `서편제’의 헤로인인 오정해가 송화로 출연하고 `서편제’와 마찬가지로 판소리가 소재다. 두 영화의 감독이 동일인이라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각 영화를 통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해보자.
 
 
 
 
새영화 천년학
 
스크린 채우는 애끓는 소리와 한국화같은 영상
오정해·조재현 주연…서편제와 `같은 듯 다른’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인 `천년학’은 제작 단계에서부터 화제가 됐던 영화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 감독의 100번째 작품이 탄생한다는 사실은 영화계안팎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사건임에 분명했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서편제’의 그것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천년학’에는 `서편제’ 이상으로 판소리 장면이 많이 나오며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하는 유장한 영상미 역시 `서편제’의 그것과 닮아 있다. 임 감독은 “절대 `서편제’의 아류 같은 영화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천년학’이 `서편제’와는 다를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해왔었다.
 `서편제’와 다른 점도 있다. 송화와 동호의 양아버지 유봉 역은 김명곤(현 문화관광부 장관) 대신 임진택이 맡았으며 동호도 조재현이 `서편제’의 김규철을 대신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서편제’와 흡사하지만 약간의 변주를 가했다.
 남남이지만 소리꾼 양아버지에게 맡겨져 남매가 된 송화(오정해)와 동호(조재현). 서로의 소리와 북장단을 맞추며 자라난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에게 애틋한 마음을갖게 되지만 동호는 마음 속의 연인을 누나라 불러야 하는 괴로움을 견딜 수 없어 집을 떠나버린다.
 몇 년 후 양아버지가 죽고 송화는 눈이 먼 채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게된 동호는 누나를 찾아나선다.
 하지만 엇갈린 운명으로 얽힌 두 사람은 가슴 아린 잠깐의 만남과 긴 이별로 자꾸 비켜가기만 하고 그러던 중 동호는 유랑극단 여배우 단심(오승은)의 유혹에 마음이 흔들린다.
 차마 동호 앞에 사랑을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선학동 선술집 주인 용택(류승룡)의 한결같은 외사랑도 뿌리치며 판소리가 동호인 듯 노래에만 열중하던 송화는 동호가 단심과의 사이에 애까지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아 모습을 감춰버린다.
 송화를 찾아 제주도와 진도 등지를 찾아헤매던 동호는 용택에게서 자신이 미처 몰랐던 송화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영화는 송화를 향한 동호의 염원과 선학동 포구를 날아오르는 학의 이미지를 오버랩시키며 잔잔한 여운을 남긴 채 끝을 맺는다.
 임 감독이 “’서편제`가 힘겹게 살아가는 소리꾼 가족의 한을 그렸다면 ’천년학`은 힘겨운 가운데 느끼는 사랑 이야기가 핵심 주제”라고 밝혔듯이 `천년학’은 `서편제’와 달리 동호와 송화 간의 못다 이룬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판소리 장면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 데다가 정일성 촬영감독 특유의 유장하고 정적인 영상미가 시종일관 스크린을 수놓아 영화를 보면서 자꾸 `서편제’의 이미지가 오버랩되는 것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가장 한국적인 문화와 정취, 한(恨)의 미학을 임 감독만큼 잘 표현해낼 수 있는감독은 찾기 어렵다는 점을 재삼 느끼게 되지만 동시에 `서편제’를 뛰어넘는 뭔가를기대했던 관객에게는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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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비디오 서편제
 
“득음의 욕망 못이룬 사랑…모두 소리 속에 담았소”
 
 영화 `서편제’는 소설 `남도 사람’ 중 `서편제’(1976)와 `소리의 빛’(1978)을, 이번주 개봉한 `천년학’은 `선학동 나그네’(1979)를 토대로 한다.
 소설은 한결같이 의붓 아버지에 대한 남자의 애증을 중심에 두는 반면 영화 `서편제’는 남자(동호)의 관점은 축소하고, 딸을 통해서라도 득음의 경지를 보고 싶은 아버지(유봉)의 야망과 누이(송화)의 득음 과정을 부각시켰다. `천년학’은 반대로 동호(조재현)의 삶과 송화에 대한 연정에 초점을 맞췄다.
 영화 `서편제’는 어느 소리꾼 집안의 기구한 삶을 통해 한국인의 한을 훌륭히 표현한 작품.
 1993년 당시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서울 백만명 이상의 경이로운 흥행 기록을 세웠으며, 대종상 6개 부문을 휩쓸었다. 촬영감독 정일성이 담아낸 한국의 사계도 빼어나며, 특히 한국 영화사상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선보인 김수철은 한국 영화음악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렸다. 이 때문에 우리 고유의 가락과 아름다운 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졌다는 극찬을 받았다.
 1960년대 초 전라도 보성 소릿재. 동호(김규철)는 소릿재 주막 주인의 판소리 한 대목을 들으며 회상에 잠긴다.
 소리품을 팔기 위해 어느 마을 대가집 잔치집에 불려온 소리꾼 유봉(김명곤)은 그 곳에서 동호의 어미 금산댁(신새길)을 만나 자신이 데리고 다니는 양딸 송화(오정해)와 함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동호와 송화는 오누이처럼 친해지지만 아기를 낳던 금산댁은 아기와 함께 죽고 만다.
 유봉은 수리품을 파는 틈틈히 송화에게는 소리를, 동호에게는 북을 가르쳐 둘은 소리꾼과 고수로 한 쌍을 이루며 자란다.
 그러나 소리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줄고 냉대와 멸시 속에서 살아가던 중 동호는 어미 금산댁이 유봉 때문에 죽었다는 생각과 궁핍한 생활을 견디다 못하고 집을 뛰쳐나가자 유봉은 송화가 그 뒤를 따라갈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소리의 완성에 집착해 약을 먹여 송화의 눈을 멀게 한다.
 유봉은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는 송화를 정성을 다해 돌보지만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결국 송화의 눈을 멀게 한 일을 사죄하고 숨을 거둔다. 그로부터 몇년 후 그리움과 죄책감으로 송화와 유봉을 찾아 나선 동호는 어느 이름없는 주막에서 송화와 만난다.
 북채를 잡는 동호는 송화에게 소리를 청하고, 송화는 아비와 그 똑같은 북장단 솜씨로 그가 동호임을 안다. 그리고 그들은 또다시 헤어짐의 길을 떠난다.
 112분·15세 관람가. /남현정기자 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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