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살린 브란트 - 일본 죽이는 아베
  • 한동윤
독일 살린 브란트 - 일본 죽이는 아베
  • 한동윤
  • 승인 201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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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기념관 찾은 아베의‘브란트 코스프레’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이틀 전 아침 기괴한 사진이 조간신문에 실렸다. 중동 순방에 나선 아베 총리가 19일 부인 아키에 여사와 함께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에 무릎을 꿇고 헌화한 모습이다. 야드 바셈 기념관은 2차 대전 때 나치 정권에 학살된 유대인 600만명을 추모하며 홀로코스트 관련 자료를 전시한 국립 시설이다.
 우리나라에는 천안 독립기념관이 있다. 일제 36년의 압제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투쟁하던 선열들의 모습과 기록이 모셔진 곳이다. 중국에는 난징(南京) 대학살 기념관이 있다. 일본군에 의해 살육(殺戮)된 30만명의 중국인들을 모신 곳이다. 천안 독립기념관이나 난징기념관은 예루살렘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과 같은 성격이다. 아베가 가야할 곳은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이 아니라 천안 독립기념관과 난징학살기념관이다.
 아베는 기념관 연설에서 “올해 전후(태평양전쟁) 70주년을 맞이해 전쟁이나 학살 등의 비극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고, 일본이 세계 평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공헌하겠다는 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민족을 차별하고 증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인간을 얼마나 잔혹하게 만드는지 배울 수 있었다”며 “홀로코스트가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글귀를 히브리어와 일본어로 읽었다. 일본의 침략 전쟁을 부정하고 국수주의를 의심받는 역사관을 희석하려는 의도다. 가증스럽다.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이웃 나라 폴란드를 방문하겠다고 발표했다. 폴란드는 히틀러 나치에 의해 인구의 20%가 희생된 홀로코스트의 현장이다. 폴란드의 독일에 대한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분노는 폴란드를 방문하겠다는 브란트 총리에게도 마찬가지 였다. 그런데도 브란트는 폴란드를 방문했다.

 1970년 12월, 브란트는 독일 나치 정권의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비 앞에 섰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브란트는 우산도 쓰지 않은 채 묵묵히 비를 맞았다. 뒤이어 전 세계가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브란트가 희생자 추모비 앞에 공손히 무릎을 꿇은 것이다. 브란트에 감동한 폴란드 국민들은 독일에 대한 미움을 씻어내기 시작했다. 전 세계 언론은 “무릎 꿇은 것은 한 사람이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전체”라고 브란트의 용기를 높이 평가했다.
 아베의 ‘브란트 코스프레’가 역겨운 것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라는 그의 전쟁 범죄자 숭배(崇拜) 때문이다. 그가 참배한 야스쿠니 신사는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A급 전범 14명의 위패가 합사(合祀)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전쟁 범죄를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는 것은 물론 전쟁범죄자를 존경하고 기린다는 의미다. 그런 그가 예루살렘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에 무릎 끓은 것은 나치의 범죄만 전쟁범죄일 뿐 일본의 전범(戰犯)은 애국자라는 시각이 깔린 것이다. 미국 뉴욕 타임스(NYT)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중국, 한국과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킨 ‘위험한 내셔널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아베의 ‘브란트 코스프레’가 역겹다.
 미국 내 대표적인 지일파(知日派)인 아·태 안보센터 제프리 호넝(Hornung) 교수는 일본을 향해 ‘위안부 소녀상 헌화’를 통한 과거사 사죄와 정리를 촉구했다. 그는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 기고에서 “아베는 과거사 논쟁이 (윈-윈 아닌) ‘루즈-루즈(lose-lose)’ 게임이고, 국제사회가 일본 편을 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가 1970년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게토(강제거주지역)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한 것처럼 과감하고 의미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수 성향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일본 전문가 마이클 오슬린 전 예일대 교수도 ‘더 코멘테이터’ 기고에서 “아베 총리는 후회(remorse)가 아니라 확실한 사죄(apology)의 뜻을 밝힌 1995년 ‘무라야마(村山) 담화’를 토대로 식민지 지배에 대해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란트 총리는 독일을 살렸다. 통절(痛切)한 과거 반성에 의해서다. 그러나 아베는 일본을 죽이고 있다. 뻔뻔한 과거 부정 때문이다. 아베를 총리로 둔 일본이 불쌍하다. 세계는 일본을 보는 대신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아베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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