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보게 비대해진 오빠가 여동생 집 얹혀살면서 벌어지는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 그려
빅 브라더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박아람 옮김
RHK l 460쪽 l 1만3000원
‘당신의 아이가 정말로 사악하다면’이라는 화두로 엄마와 아들의 뒤틀린 관계를 묘사한 소설 ‘캐빈에 대하여’의 작가 라이오넬 슈라이버가 또다시 가족 문제를 들고나왔다.
그의 열두 번째 장편소설 ‘빅 브라더’는 몰라보게 비대해진 오빠가 여동생의 집에 얹혀살면서 벌어지는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판도라는 평범해지려고 노력하는 ‘보통의’ 마흔 살 여자다. 두 아이를 키우는 남성 플레처와 결혼한 그는 미국 중부 아이오와에서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결과물에 신경 쓰는’ 남편과, ‘글을 쓰고 싶어했지만 책 읽는 건 싫어하는’ 태평스런 특권의식을 지닌 아들 태너, 눈치 빠르고 사랑스러운 딸 코디와 함께다.
잠깐 방문할 것 같았던 에디슨이 계속해 동생 집에 눌러 살면서 마르고 예민한 매제와 사사건건 부딪힌다. 남편과 사사건건 충돌하는 오빠 때문에 판도라의 일상은 엉망이 된다. 그렇다고 오갈 데 없는 오빠를 버릴 수는 없다. 엄마의 자살과 아버지의 외도. 힘겨웠던 시절을 손잡고 헤쳐나간 ‘각별한’ 남매 사이였기에 더욱 그렇다. 오빠를 그냥 떠나 보내면 5년 안에 죽을 게 분명하니까.
“끊임없이 먹어 대는 것이 분명한 목적을 가진 행동이라는 의미, 천천히 조금씩 자살을 하는 것이라는 의미 말이다.”(196쪽)
소설은 오빠의 다이어트를 위해 가정마저 포기할 정도로 신경 쓰는 판도라의 눈물겨운 노력을 조명한다.
저자인 슈라이버의 오빠도 초고도 비만 환자였다고 한다.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이 투영된 듯 에피소드는 구체적이고, 인물들의 감정선도 섬세하게 묘사됐다.
저자는 ‘가족을 독’이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가족’이라고 또한 말한다. 은밀한비밀을 공유한 오빠와 여동생이 함께 보내는 마지막 이야기. 신나게 시작해서 점점 상승세를 타다가 소용돌이치며 떨어지는 오빠의 인생을 여동생이 조용히 쓰다듬는 이야기. 이 소설은 쓸쓸하게 떠난 오빠에게 바치는 여동생의 송가(送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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