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 대사의 얼굴을 식도(食刀)로 공격한 김기종은 경찰에 붙잡혀 가면서 “오늘 테러했다”, “전쟁 반대”를 외쳤다. “내가 미국을 칼로 베었다”는 말도 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종식과 통일을 위해 미국의 상징인 리퍼트 대사를 ‘테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기종이 “테러했다”고 스스로를 ‘테러리스트’라고 자인했는데도 그의 식칼 공격을 “그게 무슨 테러냐?”며 “한 개인의 돌출행동”으로 치부하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김기종이 소속했던 운동권 출신 정치인과 좌파 언론에 의해서다. “테러리스트”라고 커밍아웃한 김기종이 들으면 다시 식칼을 들고 나올지 모를 소리다.
김기종의 테러가 발발하자 한 조간신문은 ‘테러리즘’이란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조직적 집단적으로 행하는 폭력행위’라는 백과사전의 뜻풀이까지 동원하며 “(김기종의) 조직적 집단적 배후가 확인되지 않았으니 현재(6일)로선 테러라고 규정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일간지도 “사건의 본질은 극단적 외세 배격 성향을 가진 한 개인의 비이성적 돌출행동일 가능성이 크다”며 “섣부른 예단으로 남남갈등을 빚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라고 사설에서 주장했다. 또 다른 신문은 김기종이 교통사고로 ‘간질’을 앓았다며 ‘정신적 문제’에 의한 발작적 행동 가능성을 짚었다.
그러나 김기종은 스스로 “오늘 테러했다”, “내가 미국을 칼로 베었다”고 외쳤다.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추종자들 입에서 나올만한 끔찍한 소리다. 지금 서방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이슬람국가(IS) 주장과 별로 차이가 없다. 그런 김기종을 “극단적 외세 배격 성향을 가진 한 개인의 비이성적 돌출행동”이라느니, “테러라고 규정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김기종의 테러의 의미를 축소시키고 있다. 그 이유를 알만 하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리퍼트 대사 병문안에 나섰고, 한·미군사훈련 현장을 방문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다. 새정연은 김기종 행위를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이 모두 김기종의 테러로 국민들이 한·미동맹의 소중함과 친북-종북세력의 본성을 깨달은 데 따른 반응으로 보인다. 더구나 김기종이 새정연 의원들과 어깨동무하며 친분을 과시했고, 새정연 의원의 소개로 국회를 드나들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새정연이 난처한 입장에 놓인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특히 김기종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과 통일부 통일교육위원이라는 명함을 파줘 북한을 드나드는 발판을 마련해줬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마당이다. 서둘러 ‘김기종 흔적’을 지워야 할 필요성을 느꼈음직 하다. 김기종이 테러리스트면 그와 손잡았던 야당 의원들은 동조자나 협력자가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김기종의 리퍼트 대사 테러가 발발하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이 올라가고, 보수세력이 결집하는가 하면, 새정연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과도 관계가 있어 보인다. 김기종을 저 멀리 털어내기 위해 손사래를 치는 모습이 딱하다.
김기종의 리퍼트 대사 테러는 원하든 안하든 공안정국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김기종의 단독범행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적지 않다는 게 검경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일곱 차례 방북한 김기종이 2007년 방북 때 지하에서 활동하던 간첩단 ‘왕재산’ 지역총책과 동행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검찰이 김기종의 대공(對共) 용의점을 수사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친북-좌경에 대한 수사도 피할 수 없다.
국민은 왜 북한만 다녀오면 정치인이나 신부, 목사, 교수, 학생, 또는 김기종 같은 변종(變種)이 때만 되면 종북 활동으로 북한에 눈도장을 찍는지 의아할 뿐이다. 북한에 머물 때 도대체 무엇으로 북한에 발목이 잡혔고, 그래서 북한에 대한 ‘충성심’을 표시하기 위해 길거리로 뛰쳐 나가고 식칼을 휘두르는지 정말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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