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외제차에 환장한 대한민국
  • 한동윤
명품·외제차에 환장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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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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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6000만원 벤틀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곳

▲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벤틀리’는 대당 가격이 2억원 넘는 세계 최고급 차다. 벤틀리 중에서도 수퍼카 ‘플라잉스퍼(Flying Spur)’세단은 최저 판매가가 아파트 한 채에 해당하는 2억6000만원 정도다. 이런 수퍼카가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곳이 서울이다. 총 판매 대수 322대로 전년의 164대에 비해 96% 정도 급증했다.
 수퍼카의 아이콘인 페라리는 한 해 생산량을 7000대 밑으로 제한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팔리는 페라리는 지난해 100대를 넘어섰다. 또다른 명차 마세라티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 성장률은 전년 대비 469%였다. 경제 전문지 ‘포천’ 최근호에서 “한국은 세계 11위의 자동차 판매 시장이지만, 아우디 A8과 벤츠 S클래스 등 일부 최고급 모델의 경우 세계 4위 안에 든다”고 밝혔다. 나라는 경제침체로 신음하는 데 ‘수퍼 리치’들의 명품 사랑, 돈자랑이 끝이 없다.
 이처럼 국내 수퍼카 시장이 급성장하자 ‘007 제임스 본드 카’로 유명한 영국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턴마틴이 20일 신차 11개 모델을 국내에 들여온다. 페라리와 마세라티도 대구와 광주광역시에 판매·정비망을 신설하고 있다. 전국 도로가 세계 명차(名車)의 전시장으로 탈바꿈할 날도 머지않다.
 지난 2013년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라 관세가 철폐됐는데도 샤넬, 루이뷔통, 프라다 등 프랑스와 이탈리아 명품브랜드들이 제품가격을 인상했다. 유럽산 브랜드에 대한 관세가 인하되면 이들 제품의 판매가격도 따라 내려가야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가격을 올렸다. 그런데도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 명품 빅3의 그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루이뷔통은 상반기 매출이 242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4.8% 증가했고, 샤넬도 54.8% 증가한 1300억원을 기록했다. 구찌도 19.5% 올라 948억원을 달성했다.
 대부분의 유럽산 명품 브랜드들이 유럽이나 세계 최대 명품 소비국이었던 일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한국 시장에서 이룬 성장세는 이례적이다. 명품을 보면 사족을 못 쓰는 한국인들의 명품사랑 때문에 외국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을 ‘봉’으로 여기고 있다는 증거다. 외국 브랜드 관계자들은 “한국 소비자들은 가격을 높이 책정해야 잘 산다”고 했다. 완전 ‘경멸’이다.
 포브스지가 선정한 가장 어린 억만장자인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더스틴 모스코비치(28)는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아파트에 살며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그는 “명품 등을 갖고 있는 나를 상상해 봤지만 이것들로 인해 의미 있는 삶을 살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최소 1000억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모스코비치의 ‘명품’에 대한 인식이 놀랍다. 월급을 타자마자 명품매장으로 달려가는 한국의 철없는 젊은이들이 가엽다.
 모스코비치와 함께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저커버그는 작년 뉴저지주 뉴어크 공립학교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미니멀리즘’과 ‘욕망 자제’가 관심사라고 썼으며 “생전에 모든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금융소프트웨어회사 인튜이트를 경영하는 아론 패처(31)는 재산이 1억7000만달러(약 1800억원)를 넘는 억만장자지만 방 하나짜리 17평 아파트에 산다. 그는 39년된 낡은 구두를 신고 머리는 12달러(1만2600원)를 내고 깎는다. 자동차는 1996년산 포드차를 몰다 주행거리가 24만㎞를 넘자 2만9000달러(3060만원)짜리로 교체했다. 집은 없어도 수입차를 몰아야 행세할 수 있다고 믿는 싹수없는 이 나라의 젊은이들과는 딴판이다.
 우리나라에는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이 있다. 지금 전국에 전염병처럼 번지는 명차와 명품 중독 세태(世態)와 딱 맞아 떨어지는 말이다. 외관(外觀)은 겉모양일 뿐이다. 온 몸에 두른 명품이 그 사람의 인격까지 고매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고급 외제차를 몰며 거들먹거린다고 남들보다 더 빨리 가는 것도 아니다. 다른 나라 좋은 일 시키는 명품 중독은 이 정도에서 그쳐야 한다. 명품으로 패가망신도 모자라 나라경제까지 결딴내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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