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19일자 동아일보 사설 제목이 심상치 않다. ‘홍준표의 ‘선별 급식’ 시비하다 본전도 못 건진 문재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 대표가 “무상급식 전면 중단의 부당성을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며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찾아가 ‘담판’을 벌였지만 논리 싸움에서 홍 지사에게 패(敗)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홍 지사의 존재감만 부각시켜줬다는 게 동아일보 결론이다.
대권주자인 문 대표로서는 경남도민을 의식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 ‘무상복지’의 전도사를 자임하는 문 대표가 홍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으로 시끄러운 경남을 찾아가 무상급식 중단에 반대하는 여론을 대변함으로써 지지기반을 확대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홍 지사의 손을 들어줬다.
문 대표는 홍 지사에게 “모든 아이들에게 급식을 주는 것은 의무교육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무상급식 중단이 아니라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문 대표의 잘못된 접근을 논박했다. 홍 지사는 “2012년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르면 급식은 의무교육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결국 문 대표는 “벽 보고 얘기하는 느낌”이라며 경남도청을 떠났고, 홍 지사는 “대안을 갖고 왔어야 한다”고 문 대표에게 펀치를 날렸다.
문 대표는 시종 서민의 감성을 자극하는 어법을 구사했다. 그는 “어릴 때 물로 배를 채우던 시대를 겪고 살아왔는데 애들 밥은 먹이면서 해야…”라며 마치 홍 지사의 선별 무상급식 전환 때문에 빈곤층 학생들이 굶고 있는 양 발언했다. 그러나 홍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은 빈곤층 학생들을 굶기는 것도, 굶기자는 것도 아니다.
물론 경남지역에 6만6000여 명의 저소득층 학생이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이미 국비로 무상급식을 지원하고 있다. “어릴 때 물로 배를 채우던 시대를 겪고 살아왔는데 애들 밥은 먹이면서 해야…”라는 문 대표의 발언은 50~60년대에나 가능했던 현상이다. 문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조금 더 노력한다면 교복까지 무상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무상’, ‘공짜’ 시리즈에 대한 미련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이다.
이어 ‘사회의 뜨거운 현안에 정책 대안도 없이 제1야당 대표가 지자체장과 설전을 벌여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무상급식은 지역마다 조례에 따르는 만큼 중앙 정치인들은 지자체의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문 대표는 홍 지사와의 논리싸움에서 패함으로써 상대의 ‘존재감’만 부각시켜 주고 말았다’고 사설을 매듭지었다.
‘공짜’와 ‘무상’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은 이제 명확해졌다. 복지가 무상이건 유상이건 그 비용은 내 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고, 국고에 적자가 발생하면 나의 자식들이 그 곳간을 채워 넣어야한다는 사실이다. 문 대표가 ‘무상급식 중단’을 문제 삼으며 경남도청을 찾은 것 또한 ‘포퓰리즘’ 성격이 짙다.
문 대표가 홍 지사와 설전(舌戰)을 벌인 날 새정연 정청래 의원은 홍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대해 “서울 동대문에서 뺨 맞고 경남에 와서 수퍼 갑질이냐”고 비난했다. “홍 지사는 아이들 밥줄 끊으려다 홍 지사의 밥줄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악담(惡談)도 마다하지 않았다. 새정연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은 “가마솥의 누룽지 긁듯 싹싹 긁고, 마른 수건 짜듯이 하면 (무상복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무상복지’에 대한 미련이 무섭다.
분명한 것은 홍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은 빈곤층 학생들을 굶기자는 게 아니다. 무상급식 중단으로 남는 예산 643억원을 저소득층 학생의 참고서 구입비와 사이버 강의 수강권 등을 마련하는 데 쓰자는 것이다. 경남도내 초·중·고생 28만명 가운데 저소득층 출신 6만9000명에게는 무상급식이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저소득층이 아닌 21만9000명만은 급식비를 내야한다는 것이다. 내년엔 국회의원 총선을 치른다. 또 어떤 ‘공짜폭탄’으로 유권자들을 홀릴지 걱정이다. 지금으로선 “교복까지 무상 제공할 수 있다”는 공약이 나타날 조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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