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는 왜 문재인 ‘KO패’라 했을까?
  • 한동윤
동아일보는 왜 문재인 ‘KO패’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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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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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VS 홍준표의 ‘무상급식’ 舌戰

▲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19일자 동아일보 사설 제목이 심상치 않다. ‘홍준표의 ‘선별 급식’ 시비하다 본전도 못 건진 문재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 대표가 “무상급식 전면 중단의 부당성을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며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찾아가 ‘담판’을 벌였지만 논리 싸움에서 홍 지사에게 패(敗)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홍 지사의 존재감만 부각시켜줬다는 게 동아일보 결론이다.
 대권주자인 문 대표로서는 경남도민을 의식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 ‘무상복지’의 전도사를 자임하는 문 대표가 홍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으로 시끄러운 경남을 찾아가 무상급식 중단에 반대하는 여론을 대변함으로써 지지기반을 확대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홍 지사의 손을 들어줬다.
 문 대표는 홍 지사에게 “모든 아이들에게 급식을 주는 것은 의무교육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무상급식 중단이 아니라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문 대표의 잘못된 접근을 논박했다. 홍 지사는 “2012년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르면 급식은 의무교육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결국 문 대표는 “벽 보고 얘기하는 느낌”이라며 경남도청을 떠났고, 홍 지사는 “대안을 갖고 왔어야 한다”고 문 대표에게 펀치를 날렸다.
 문 대표는 시종 서민의 감성을 자극하는 어법을 구사했다. 그는 “어릴 때 물로 배를 채우던 시대를 겪고 살아왔는데 애들 밥은 먹이면서 해야…”라며 마치 홍 지사의 선별 무상급식 전환 때문에 빈곤층 학생들이 굶고 있는 양 발언했다. 그러나 홍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은 빈곤층 학생들을 굶기는 것도, 굶기자는 것도 아니다.
 물론 경남지역에 6만6000여 명의 저소득층 학생이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이미 국비로 무상급식을 지원하고 있다. “어릴 때 물로 배를 채우던 시대를 겪고 살아왔는데 애들 밥은 먹이면서 해야…”라는 문 대표의 발언은 50~60년대에나 가능했던 현상이다. 문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조금 더 노력한다면 교복까지 무상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무상’, ‘공짜’ 시리즈에 대한 미련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이다.
 동아일보 사설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자신의 주장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탄탄한 근거를 바탕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 회동의 목적이라면 문 대표는 KO패다. 지금이 물로 배를 채워야 하는 후진국 시절도 아니고, 선별 급식 전환 때문에 배곯는 아이들도 없다’
 이어 ‘사회의 뜨거운 현안에 정책 대안도 없이 제1야당 대표가 지자체장과 설전을 벌여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무상급식은 지역마다 조례에 따르는 만큼 중앙 정치인들은 지자체의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문 대표는 홍 지사와의 논리싸움에서 패함으로써 상대의 ‘존재감’만 부각시켜 주고 말았다’고 사설을 매듭지었다.
 ‘공짜’와 ‘무상’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은 이제 명확해졌다. 복지가 무상이건 유상이건 그 비용은 내 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고, 국고에 적자가 발생하면 나의 자식들이 그 곳간을 채워 넣어야한다는 사실이다. 문 대표가 ‘무상급식 중단’을 문제 삼으며 경남도청을 찾은 것 또한 ‘포퓰리즘’ 성격이 짙다.
 문 대표가 홍 지사와 설전(舌戰)을 벌인 날 새정연 정청래 의원은 홍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대해 “서울 동대문에서 뺨 맞고 경남에 와서 수퍼 갑질이냐”고 비난했다. “홍 지사는 아이들 밥줄 끊으려다 홍 지사의 밥줄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악담(惡談)도 마다하지 않았다. 새정연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은 “가마솥의 누룽지 긁듯 싹싹 긁고, 마른 수건 짜듯이 하면 (무상복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무상복지’에 대한 미련이 무섭다.
 분명한 것은 홍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은 빈곤층 학생들을 굶기자는 게 아니다. 무상급식 중단으로 남는 예산 643억원을 저소득층 학생의 참고서 구입비와 사이버 강의 수강권 등을 마련하는 데 쓰자는 것이다. 경남도내 초·중·고생 28만명 가운데 저소득층 출신 6만9000명에게는 무상급식이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저소득층이 아닌 21만9000명만은 급식비를 내야한다는 것이다. 내년엔  국회의원 총선을 치른다. 또 어떤 ‘공짜폭탄’으로 유권자들을 홀릴지 걱정이다. 지금으로선  “교복까지 무상 제공할 수 있다”는 공약이 나타날 조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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