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에게 제주 4·3 참배하라고?
  • 한동윤
박 대통령에게 제주 4·3 참배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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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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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군 사단장 등 불량 위패 제거부터

▲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일본 도오쿄 한복판 야스쿠니(靖國) 신사는 근대에 일본이 일으킨 크고 작은 전쟁에서 사망한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다. 246만6000여 명이 합사(合祀)돼 있다. 우리나라의 국립현충원과 비슷한 곳이다.
 그런 야스쿠니가 문제되는 이유는 이곳에 전범재판에 의해 사형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의 위패가 합사돼 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비난받는 것도 아시아를 지옥으로 몰아 넣은 악귀(惡鬼)같은 전범들까지 함께 추모하기 때문이다. 전범들을 다른 곳으로 분사(分祀)하라는 요구에 야스쿠니 신사는 “한번 합사된 제신(祭神·신사에 모신 신)을 철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거부하고 있다. 전범들도 일본을 지킨 영웅이라는 어깃장이다.
 4월 3일이 다가오면서 올해도 여지없이 제주도가 어수선하다. 올 67주년을 맞는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것이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특별자치도재향경우회는 19일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 대통령이 공약한 4·3희생자 추념일 지정 약속을 실천함으로써 4·3유족과 제주도민은 그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일종의 압력이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제주도당까지 4·3희생자 추념식에 박 대통령의 참석을 공식 요청했다. 정종학 제주도당위원장과 사무처장은 아예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방문해 박 대통령의 참석 건의문을 전달했다. “‘국민대통합시대’를 여는 역사적 단초를 놓는 것으로 ‘100% 대한민국’의 서막을 여는 상징으로 박 대통령의 4·3추념일 참석”을 촉구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4·3사건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4·3 평화공원에 안치된 희생자 가운데 골수 좌익 인사가 포함된 의혹이 해결되지 않아 대통령 참석은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이완구 국무총리가 참석한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등을 만나 박 대통령의 참석을 강하게 요청했지만, 결국 무산된 것이다.
 4·3은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좌익 소요와 진압 과정에서 군경은 물론 주민들이 희생된 사건이다. 박 대통령 공약에 따라 작년 국가추념일로 지정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불참하는 건 4·3 공원의 1만4095기 위패 가운데 남로당 제주도당 간부나 북한 인민군 간부, 무장대 수괴들 위패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제주도판 야스쿠니다.
 ‘4,3 정립연구·유족회’는 4·3공원에 놓인 불량 위패만 최대 수 천여 기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 중에는 무고한 제주도민을 살해한 남로당 제주도당 경리부장 현복유, 남로당 제주도당 선전부장 현호경, 남로당 제주도당 인민해방군사령관 김의봉, 남로당 제주도당 인민해방군 참모장 김완식, 북한 인민군 사단장 이원옥 등이 불량 위패 103기에 이름을 올렸다.
 북제주군 와흘리 출신의 김의봉은 4·3 당시 인민 유격대원들을 통솔하고 인민해방군사령관으로 각종 투쟁의 선봉에 선 인물이다. 김완식은 4·3 때 입산해 남로당 제주도당 인민해방군 참모장으로 ‘관음사 전투’를 지휘하다 자결했다는 것이다. 이원옥은 1947년 가을 입산해 1948년 10월 이북으로 넘어갔다가 6·25 당시 인민군 사단장으로 7000명을 거느리고 내려와 낙동강 전투에서 사망했다. 야스쿠니의 도조 히데키(東條英機)에 버금가는 존재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CNN 인터뷰에서 “제주 4·3은 공산폭동이지만,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많으니 진실을 밝혀 누명을 벗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제주 4·3사건을 ‘공산당 폭동’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권은 2003년 5월 제주 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4·3위원회)의 ‘4·3진상조사보고서’를 채택하고 특별법까지 시행하면서 4·3을 군·경에 의한 ‘정부책임’으로 규정했다. 당시 4·3 위원회 위원장이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다. 그 이후 14년간 4·3중앙위는 좌측 인사들이 장악해왔다. 박 대통령의 참배를 원하면 인민군 사단장 위패부터 제거하는 게 순서다. 그건 아베가 야스쿠니를 참배하려면 도조 히데키의 위패를 없애라는 요구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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