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사건’으로 부글부글 끓는 충청(忠淸)
  • 한동윤
‘성완종 사건’으로 부글부글 끓는 충청(忠淸)
  • 한동윤
  • 승인 2015.04.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권주자 이완구·반기문에 불똥 튄 ‘성완종 사건’

▲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성 회장이 이완구 국무총리와 1년간 200여 차례 통화를 나눈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에 200여 차례면 이틀에 한번 이상이다. 이틀에 한번 부모와도  통화하기 힘든 것을 감안하면 이완구-성완종은 정말 특수 관계다.
 이 총리는 “성 회장과는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의 통화기록은 둘 관계가 보통 이상임을 말해준다. 특히 두 사람의 통화가 집중된 시기가 지난해 6월 이후 성 회장이 의원직을 잃고 검찰조사를 받은 데 이어, 경남기업 법정관리까지 겪은 때다.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다”라는 이 총리의 주장에 수긍이 가지 않는다.
 ‘성완종 사건’은 충청도 출신 대권주자 이 총리에게 결정적인 흠집을 입혔다. 이 총리가 “대대적인 사정(司正)”을 선언한 직후 성 회장이 자원외교 비리 1호로 지목돼 검찰에 불려갔고, 그 여파로 자살을 택했다. 더욱이 “차기 대권주자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지원했기 때문에 이 총리가 나를 희생시킨 것”이라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회장은 충청권의 대표 기업인이다. 충청도, 특히 충남을 기반으로 기업을 일궜고, 충남도 사업을 거의 독점하며 사세를 키웠다. 그는 재력(財力)이 확보되자 ‘충청포럼’을 만들어 충청인들을 가입시켰다. 웬만한 충청도 출신들은 거의 모두 이 포럼에 가입했고, 성 회장은 이를 토대로 정치권에 도전했다. 성 회장이 충남도에 가진 영향력은 서울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이완구 총리와 충청도 대표 기업인인 성완종 회장이 사정(司正)을 둘러싸고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는 모습은 안타깝다. 누구보다 두 사람을 아낀 충청남도 도민들의 심정은 더욱 그럴 것이다. ‘성완종 사건’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이름까지 들먹거려지자 충청인들이 분노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충청권에는 “다음 대통령은 충청도에서”라는 정서가 강하다. 영호남이 번갈아가며, 특히 경남북이 맞교대하며 청와대를 차지하는 것은 더 이상 충청권 자존심에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정서 속에서 이완구 총리가 급부상함으로써 충청도에는 ‘이완구 대망론’이 실재해온 게 사실이다. 충남에서 그런 기류가 짙다.
 뿐만 아니라 충청도에는 충북이지만 ‘반기문’ 이라는 거인(巨人)이 있다. 유엔사무총장을 두 번 연임한 그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차기 후보다.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만 하면 ‘1위’다. 충남북 도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최초의 ‘충청도 대통령’ 탄생을 고대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성완종 사건’은 충청도의 이런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었다. 대권주자인 이 총리의 등 뒤에 화살을 쏜 성 회장을 원망하는 소리가 적지 않다. 반대로 “얼마나 억울하면 그렇겠느냐”고 성 회장을 동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이 총리가 성 회장과의 관계에 계속 말바꾸기를 하면서 서운하게 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그러나 성 회장 사건으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까지 흙탕물이 튄 데 대해서는 충청도민 거의 전부가 분노하고 있다. 왜 반 총장까지 끌어 들여 국제적 위상을 흔드느냐는 것이다.
 충청도는 시기마다 맹주(盟主)를 배출해왔다. 김종필, 이회창, 이인제 등이 그들이다. 이 총리와 반 총장이 충청맹주로 부상했지만 성완종 사태로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그렇다고 이들을 대체할 인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성완종 수사 와중에서 이완구 총리 측이 2013년 4월 4일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자신의 선거사무실을 방문했다고 밝힌 전 운전기사 윤모씨를 회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동아일보가 ‘이 총리 측은 최근 윤씨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알리겠다면서 1억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씨 측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가뜩이나 추락한 이 총리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