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지난 11일 대전 건양대병원 간호사실은 울음바다가 됐다. 폐렴이 심했고, 신부전이 있는 메르스 감염 36번 환자(82)의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면서 저산소증이 오자 음압격리병실로 달려온 내과계 중환자실 담당 신모(39) 수간호사가 심폐소생술을 하다 메르스에 감염되고 만 것이다.
신 간호사는 지난 3일 36번 메르스 환자가 위급하다는 연락을 받고 음압격리병실로 달려가 1분만에 방호복을 입고 전공의와 함께 환자의 기도에 호스를 넣어 산소를 주입하는 기관지 삽관술을 시행했다. 신 간호사 등은 20분을 주기로 한 시간 넘게 심폐소생술을 반복하는 사투를 벌였지만 환자는 결국 죽음을 맞았다.
8일 뒤인 11일 병원에 출근한 신 간호사는 오전부터 열감을 느끼기 시작해 응급실을 찾아 엑스레이를 찍었고 열감이 확 올라오자 스스로 음압격리병실로 들어갔다. 신씨는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간호사실이 울음바다가 된 것은 이 소식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15 서울 세계간호사대회’ 개회식에 참석해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간호사분들이 메르스 치료 현장에서 굳건한 사명감으로 사력을 다해 환자 곁을 지키고 있다”며 “이분들이야말로 우리 국민의 진실한 수호천사”라고 격려했다. 세계간호사대회는 국제간호협의회가 격년마다 주관하는 행사로, 서울 대회에는 135개국의 간호계 대표와 국내 간호사 7000여 명이 참석했다.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함께했다.
박 대통령이 ‘국민의 진실한 수호천사’로 칭송한 건양대 병원의 신 간호사같은 국민건강지킴이들은 우리들 곁에 수없이 많다. 지하철에서 기침만 해도 얼굴 붉히며 피하는 세태 속에서도 ‘국민건강 수호천사’들은 이 시간에도 메르스 환자의 침과 땀, 피와 가래를 닦아 내며 메르스와 싸우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메르스 중앙거점 병원’으로 알려지자 의료원 앞의 택시가 싹 사라졌다. 의료원 방문 일반 환자나 가족, 직원들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될까 두려워 아예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승객을 태우려하지 않는 것이다. 메르스 의료진들의 가장 큰 고통은 가족들과의 격리와, 메르스 환자를 치료한다는 이유로 의료진 가족들까지 주변에서 따돌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 간호사는 아이들이 (자신으로부터 감염될까봐) 한 달 이상 떨어져 생활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심지어 간호사 등 의료진을 ‘메르스 감염 덩어리’라고 한다는 것이다.
메르스는 지난 17일 이후 나흘째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확진환자 발생으로 불안감에 빠졌던 대구·경북도 수호천사들 덕분에 안정을 되찾았다. 경북은 22일 메르스가 완전 사라졌다. 확진 50대 교사와 수도권에서 이송된 환자 2명이 완치돼 퇴원했다. 지역 중·고교생 206명도 모니터링이 해제되고, 포항 4개 고교도 수업이 22일 재개된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21일 현재 “메르스 환자는 169명, 사망자는 25명이다”고 밝혔다. 또 기존 메르스 환자 가운데 7명이 완치돼 지금까지 전체 퇴원자는 총 43명으로 현재 치료 중인 환자는 101명이다. 현재 격리자는 모두 4035명으로, 전날보다 1162명(22.4%) 줄었다. 지금까지 격리에서 해제된 사람은 총 8812명으로 늘어났다.
감염의학 전문가들은 메르스가 일단 잡히기 시작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거기에는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않고 메르스와 전쟁을 벌이는 의료진, 특히 메르스 감염자와 직접 접촉하는 백의의 간호사 - 수호천사들의 헌신과 희생이 존재한다. 간호사들은 메르스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잔다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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