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 경선 규칙을 둘러싼 `샅바싸움’이 도를 넘어섰다.
경선에 들어서기도 전에 이명박, 박근혜 두 대선 주자가 `샅바 잡기’ 신경전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는`원칙 고수’샅바를 꽉 잡고 이를 절대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며, 이 전 서울 시장은 샅바에 문제가 있다며 샅바를 고쳐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은 정정당당한 승부로 패자가 승자를 축하하고 승자가 패자를 끌어안는 멋진 경선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두 대선 주자는 경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규칙을 둘러싼 샅바싸움으로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국민이 더 이상 넌더리를 내기 전에 정신 차려야 한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급기야 경선 규칙을 매듭짓기 위한 중재안을 내놓았다.
이 중재안은 선거인단 확대와 국민투표율 67% 하한선 보장 및 투표율 제고 방안을 핵심 골자로 하고 있다.
중재안에 따르면 선거인단 규모는 현재 20만 명에서 `전체 유권자수의 0.5%’인 23만 1,652명으로 늘어난다. 최대 쟁점은 여론조사(20%) 반영 비율이다. 여론조사 반영 비율은 당원 및 대의원, 국민참여 선거인단의 평균 유효투표수의 20%를 그대로 유지하되 다만 국민투표율이 3분의 2(67%) 이하로 떨어질 경우,67%를 최저선으로 보장한다. 강 대표가 선거인단 규모와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놓고 상당히 고심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중재안에 표의 등가성 등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강 대표의 중재안은 원칙론을 내세우며 여론 조사 반영 비율 조정을 강력히 반대해 온 박 전 대표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다. 이 전 시장은 여론조사 20%를 평균 투표율과 상관없이 4만 명 그대로 반영하자고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이 전 시장 요구와도 차이가 있다.
강 대표는 회견을 통해 “두 달 동안 지루하게 끌어온 한나라당의 경선 룰 논쟁을 이제 끝낼 때가 됐다”며 “비록 최선은 아니더라도 파국을 피하기 위해 차차선마저 수용하는 슬기를 기대한다”고 두 대선 주자의 중재안 수용을 촉구했다. 이-박 양 측은 아직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는 않았으나 박 전 대표는 “원칙이 무너졌다”며 거부쪽에 무게를 실었다.
한나라당은 지난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잇따라 패배했다. 97년에는 당시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에게, 2002년 대선에는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졌다.
한나라당 후보는 모두 이회창씨였다. 두 차례 대선 모두 50여만 표에서 30여만 표라는 박빙의 차가 대세를 갈랐다. 만약 오는 12월 대선에서 다시 지면 세 번째 패배를 기록하는 셈이다. 한나라당이 두 대선 주자 간 갈등으로 갈라서면 이번 대선에서도 이기기 어렵다.
물론 정치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아 앞으로 어떤 상황과 변수가 전개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렇더라도 한나라당이 둘로 쪼개져 서로 딴 살림을 차리면 필패로 낙착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다시 말해 한나라당이 재집권할 수 있는 유일하고 확실한 길은 화합 분위기 속에서 공정한 경선을 치른 뒤 하나로 합쳐 대선에 임하는 것뿐이다.
경선 과정에서 서로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고도 후보만 되면 선거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한마디로 오만이요 오산이다. 과거 두 차례 대선의 가장 주된 패배 요인이 당시 한나라당과 이회장 후보의 오산과 오만에 있었음을 새겨야 한다. 중재안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는 “다 어그러져…기막히다”며 거부이사를 내비쳤다.
이명박 전 시장은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다. 한나라당은 당이 쪼개질 위기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두 주자는 당의 재집권이 더 중요한지, 아니면 자신의경선 승리가 더 중요한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당의 재집권이 더 중요하다면 이제 경선 규칙을 둘러싼 샅바싸움은 그만두고 접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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