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北 만행에 분노한 20대 젊은이들
  • 김용언
거듭된 北 만행에 분노한 20대 젊은이들
  • 김용언
  • 승인 2015.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이어 연평도 포격이 벌어진 2010년 전방에 근무중인 사병 일부가 집에 전화를 걸어 “엄마 전쟁날까 무서워요”라며 울먹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 어느 사병은 애인에게 “우리 앞으로 못만날까 두렵다”는 문자를 날리기도 했다. 군인이랄 수 없는 겁쟁이들이다.
 2015년 행정안전부가 서울의 한 학원에서 13(초6)~19(고3)세의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대한민국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대한민국을 위해 싸울(지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27%, 약 4분의 1만이 ‘대한민국을 지키겠다’고 응답했다. ‘외국으로 도망간다’ 33%, ‘싸우지 않겠다’ 15%였다. ‘모른다’는 응답도 24%. 북한이 ‘적화통일’ 망상을 버리지 않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그랬던 우리 젊은이들이 ‘확’ 달라졌다. “불러만 주십시오. 언제든지 가겠습니다. 우리나라를 위해 이 한 목숨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달 22일 북한의 지뢰 도발 직후 육군 공식 페이스북에 20대 청년이 올린 글이다. 군화와 예비군복을 찍어 화면에 올렸다. 스스로 전역을 연기하겠다고 나선 장병이 80명을 넘었다. 2010년 겁쟁이로 넘치던 대한민국을 깔봤던 북한이 깜짝 놀랐을 변화다.
 20대의 변화에 대해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김정은 3대 세습도 용납하기 어려운데 각종 폭압 통치에다 한국을 상대로 전쟁놀이까지 벌이는 김정은에게 상당수 젊은이가 환멸에 가까운 감정 상태를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지뢰 도발에 극히 일부 얼빠진 네티즌이 ‘자작극’이라는 괴담을 올리긴 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때도 있었던 병리현상이다. 그러나 이번 지뢰 도발에 우리 국민은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당시보다 훨씬 강하게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빅데이터 분석 결과 확인됐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자작극’ 같은 괴담·유언비어가 이번엔 국민의 성숙한 안보 의식에 밀려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DMZ 지뢰 도발 직후 3주일간 트위터·블로그·인터넷카페·게시판 등 사이버 공간에 올라온 주요 대북 이슈와 관련한 글 107만9995건을 천안함 폭침(2010년 3월), 연평도 포격(2010년 11월) 등 북한의 다른 도발 당시 글과 비교한 결과 ‘깡패와 북한을 다루는 방법은 동일하다’, ‘김정은은 도대체 제정신이냐’ 등 북한을 향한 분노를 직접 드러낸 글이 1만1602건이나 됐다. 천안함 폭침 당시 20일치 글 4519건과 비교하면 갑절 이상 많다. 북한이 100발 넘는 포탄을 쏟아부은 연평도 포격 때의 1만837건보다도 많다. 지뢰 도발 때는 참전, 전역 연기 등 안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글도 2만926건이나 올라왔다. 트위터에도 북한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자작극’ 같은 음모론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DMZ 지뢰 도발 이후 ‘전쟁’을 언급한 글은 21만3178건에 이르렀다. 천안함 폭침 때의 9만5528건보다 갑절 이상 많았다. 연평도 포격 때의 13만9605건에 비해서도 증가했다. 북한이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자 전쟁 긴장감이 컸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인터넷 민심은 전쟁의 위협과 긴장감에 굴복하거나 주눅 들지 않았다. ‘참전’과 ‘전역 연기’로 응답했다. ‘전역 연기, 장한 대한민국 국민들’, ‘병사들 전역 연기, 진짜 사나이!’ 같은 글이 매일 수백~수천 건씩 올랐다. 천안함 연평도 때보다 2~3배 급증한 것이다.
 8월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이 타결된 직후 그동안 제기됐던 ‘자작극’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천안함도 자작극, 세월호도 자작극, 메르스도 자작극, 목함 지뢰도 자작극… 좌파의 뇌에서는 북한 김정은에게 조금이라도 비난이 가해지려 하면 거부감이 드나 보다”, “병사 두 명이 다리를 잃은 비극적 상황에서도 자작극이라며 국민을 선동하는 무리를 공권력은 왜 나 몰라라 방관하는가” 등의 글이 음모론을 차단했다.
 우리 20대는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할 연령이지만 국가관과 안보관이 희박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10년 행안부 조사에서 ‘외국으로 도망간다’ 33%, ‘싸우지 않겠다’ 15%로 나타난 응답이 그 증거다. 그랬던 우리 젊은이들이 각종 조사에서 엄청난 변화를 보였다. 80명이 넘는 전역 연기 병사들이 그 상징이다. 나라를 걱정하고 잠 못이뤘던 장·노년층은 이제 두 다리 쭉 뻗고 편안히 잠들어도 될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