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은 내 자식 장가 보내기
  • 김용언
‘노동개혁’은 내 자식 장가 보내기
  • 김용언
  • 승인 201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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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노·사·정 3자가 ‘노동개혁에 합의한 데 이어 한국노총이 14일 중앙집행위를 열고 노사정위에서 잠정 합의된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합의문’을 승인함으로써 노동개혁이 탄력을 받게 됐다. 근로현장의 최대 숙제인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해소 및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첫 단추를 꿴 셈이다.
 정부·여당은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의 합의를 추인한 직후 이를 반영한 근로기준법·파견근로자법·기간제근로자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 등 5대 법안 개정안을 의원 입법으로 발의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따라서 노동개혁 과제는 노사정을 떠나 국회로 넘어갔다. 어느 때보다 국회의 호응이 절실해졌다.
 왜 ‘노동개혁’인가? 한국 경제는 장기불황의 터널로 들어갔다. 저성장·고실업 구조다. 잠재성장률은 3% 초반까지 하락하고 있고 금년 3% 성장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이 겪은 장기 불황이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고용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니 일자리가 줄어들고, 그 결과는 치킨집과 떡볶이가게 같은 영세 자영업자만 늘어났다. 청년실업은 10.2%로 급등해 청년 실업자가 44만5000명에 이르렀다. 취업준비생, 구직단념자 등 잠재실업자는 67만6000명을 헤아린다. 체감실업률이 무려 21.8%다.
 젊은이들은 졸업, 취업, 결혼, 출산처럼 평범한 인생 항로에도 쩔쩔매고 있다. ‘3포세대(연애·결혼·출산포기)’, ‘5포세대(연애·결혼·출산·취업·주택포기)’, 최근에는 ‘7포세대(연애·결혼·출산·취업·주택·인간관계·희망포기)’, ‘9포세대(연애·결혼·출산·취업·주택·인간관계·희망·외모·건강포기)’까지 등장했다. 이 모든 게 일자리 부족 때문이다.

 젊은이들을 절망의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은 우리나라의 고용경직성이다. 세계경제포럼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노사협력, 해고비용, 노동시장 진·출입은 조사대상 144개국 중 각각 132위, 120위, 106위로 최하위권이다. 고용시장이 경직된 이유는 강성노조가 경영에 간섭하며 근로자 인사권까지 쥐락펴락하기 때문이다. 정년을 늘리고, 해고를 반대하니 젊은이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배타적 이기주의로 같은 노동시간과 강도에도 불구하고 차별 보수를 강요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노사정위의 합의는 어렵지 않다. 청년고용절벽, 장년고용불안, 근로자 간 격차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첫째, 세대 간 상생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임금체계개편을 통하여 청년 고용 여력을 확보하고 둘째,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상생 촉진을 위하여 비정규직 근로자의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국노총이 금속노련 위원장의 분신 시도에도 불구하고 노동개혁에 합의함으로써 꺼져가는 경제 불씨를 살리는 계기가 마련됐다. 특히 길거리를 헤매는 청년백수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그러나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야당 때문이다.
 노사정 대타협이 나오자마자 새정치민주연합은 “고용의 질(質)을 ‘하향평준화’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민주노총도 이번 합의를 ‘야합’으로 규정하며 총파업을 선언했다. 야당이 민노총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노사정위의 역사적 합의도 쓸모 없게 될지도 모른다.
 한국노총이 금속노련 위원장의 분신 시도에도 불구하고 노동개혁에 합의한 것은 우리 경제 상황이 그만큼 암울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노총의 시각과 판단을 정치권이 공유해야 한다. ‘임금피크제’를 ‘빈곤피크제’라고 비아냥댄 새정치민주연합의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현실을 도외시한 논평이다. 지금 거리를 헤매는 청년들은 고용의 질이 좀 떨어져도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원하고 있다. 그래야 연애도 하고 결혼해서 아기도 낳고 집을 사겠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모처럼 노사정 3자가 합의한 노동개혁을 정치권이 불씨를 살려 이 나라 젊은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게했으면 좋겠다. 그 얼굴은 바로 당신들 자식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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