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헬조선’?
  • 김용언
대한민국이 ‘헬조선’?
  • 김용언
  • 승인 2015.09.23
  • 댓글 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헬조선’이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헬조선’은 대한민국이 ‘지옥’(헬·hell)이라는 뜻이다. 헬조선 사이트는  젊은 세대의 온갖 불만과 불평으로 도배돼 있다. ‘이 땅을 뜨고 싶다’ ‘망하면 좋겠다’는 투정이다. ‘죽창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는 댓글에는 오싹해지기까지 한다.
 ‘죽창’이 뜻하는 것은 ‘폭동’과 ‘전복’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현실체제를 뒤엎자는 선동이다. 일자리가 없어 길거리를 헤매는 젊은이들의 심정이 오죽할까 싶지만 ‘죽창’ 소리에는 가슴에 일던 애틋함까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한국 경제는 장기불황의 터널로 들어갔다. 저성장·고실업 구조다. 잠재성장률은 3% 초반까지 하락하고 있고 금년 3% 성장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타격은 고용시장에서부터 왔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니 일자리가 줄고, 청년실업자는 늘어났다. 청년실업은 10.2%로 급등해 청년 실업자가 44만5000명에 이르렀다. 취업준비생, 구직단념자 등 잠재실업자는 67만6000명에 이르러  체감실업률이 무려 21.8%다.
 취업에 실패한 젊은이들은 ‘3포세대(연애·결혼·출산포기)’, ‘5포세대(3포+취업·주택포기)’를 입에 올렸다. 최근에는  자조(自嘲)의 강도가 더 높아졌다. ‘7포세대(5포+인간관계·희망포기)’에서 ‘9포세대(7포+외모·건강포기)’까지 등장했다. ‘헬조선’은 극단에 이른 절망의 표현이다.
 청년실업은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경제를 일으켜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할 책무가 있는 정치권의 무능이 극점에 이르렀다 할 수 있다. 청년일자리를 만들자고 제시한 ‘임금피크제’ 하나 합의하지 못하고 싸움질로 지새우는 여야는 젊은이들을 바라 볼 자격이 없다.

 뿐만 아니라 ‘노사정위’가 가까스로 ‘노동개혁’에 합의했지만 그 울타리 밖에서 노사정위 합의를 비난하며 “총파업”을 외치는 극단적 노조도 마찬가지다. 임금피크제가 근로자들의 고통을 수반하지만 그 고통은 바로 본인들 자식을 위한 희생이다. 민노총 소속 근로자의  아들 딸이라고 ‘3포’ ‘5포’ ‘7포’가 아니지 않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 반대는 바로 취업을 포기한 근로자 자식들에게 일자리를 나눠 주지 않겠다는 고집일 뿐이다.
 청년 실업에 대한 기성세대의 책임은 아무리 자책해도 부족하다. 젊은이들 입에서 ‘헬조선’까지 나왔으니 자식들 앞에 고개도 들기 어렵다. 그렇다고 젊은이들의 잘못은 없을까? 어른들만의 잘못으로 이 나라가 ‘헬조선’이 됐을까? 꼭 그렇지도 않다. 중소기업주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경기 하남시에서 산업용 자재를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은 6개월째 신입사원을 한 명도 뽑지 못했다. 김모 사장(40)은 “초임 월급 250만원 이상에 복리후생을 내걸어도 사람이 오지 않아 한국인 채용은 거의 포기한 상태”라고 전했다. 경기 안산 반월공단 중소기업들은 “신입사원을 뽑으면 금세 회사를 옮겨 뽑기가 겁날 정도”라고 했다. 반월공단의 A 제조업체 인사팀 김준용 과장은 “합격 통보를 받고 나온 첫날, 점심밥만 먹고 사원증 내던지고 간 신입 직원도 있었다”고 했다. “카페 같은 깨끗한 분위기의 서비스업종에 가서 일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다. 종사자는 전체 근로자의 88%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현대경제연구원, 잡코리아가 작년 청년 구직자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중소기업 취업을 목표로 한다”는 답변은 23.6%, “취업을 위해 열악한 근무환경도 감수하겠다”는 답변은 2.8%에 그쳤다. 특히 중소기업 취직에 대해 부모 반대가 심하다는 응답이 26.3%나 됐다. 저임금의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중소기업에는 가지 않겠다는 기막힌 사고다. 청년 실업이 10%를 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닐지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이 무역진흥확대회의에서 중동순방 후속대책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 있다.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 번 해보세요. 다 어디 갔냐고. 다 ‘중동갔다’고.” 우리 청년들이 아버지 세대처럼 중동시장으로 달려가기를 바라는 희망의 표현이었다. 박 대통령 발언이 알려지자 “당신이 가라 중동”이라는 댓글이 인터넷을 도배했다.
 삼성과 현대같은 재벌기업, 아니면 카페같은 직장 취업을 고집하는 한 청년실업은 사라지지 않을지 모른다. 대한민국이 ‘헬조선’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도 힘들다. 청년들이여 눈높이를 낮출 수는 없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데들리 2015-11-06 18:52:16
온갖 추가잡무에 야근까지 굴려먹고 해도 신입한테 월 250 주긴 개뿔ㅋㅋㅋ
현실이 안그런데 개소리 집어치워 이 꼰대새끼야! 진짜 현실 쥐뿔도 모르네
내가 그 잘난 중소기업인데 월 150 간신히 받아요 씨발 나 2년 다되어간다고 개새끼들아

ㅇㅇ 2015-09-27 11:02:44
기자라고 뭘그리 씨부려 그냥 헬조선일뿐 무슨 사족이 필요한거야?

asd 2015-09-24 03:56:47
위험하면 위험수당 붙여서 많이 주던가.. 앉아서 노가리까면서 하나 개고생을 하나 돈이 그게그거니깐.. 사무직으로만 가는거 아니야? 중소기업 신입 250? 장난하나??

ㅇㅇ 2015-09-23 22:07:56
나 혼자 쳐먹고 살기도 힘들고 정년보장따윈 없으니 미래도 보장이 안되니 애를 안낳고 결혼을 안해요 죄다 말예요, 꼰대 새끼야.

ㅇㅇ 2015-09-23 22:03:15
그 잘나신 월 250이란 중소기업 생산직이 기본급 월 250을 말하는건 아닐텐데?ㅋㅋㅋㅋㅋㅋㅋㅋ 당연히 야근에 주말근무 수당까지 다 하고서 죽도록 일시키고 겨우겨우 나오는걸텐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