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이번 추석 TV 뉴스의 핵은 단연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동정(動靜)이었다. 박 대통령이 제70차 유엔총회와 유엔개발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고, 뉴욕이 활동기반인 반 총장이 박 대통령과 무려 일곱 차례 만나 근접 대화를 가짐으로써 차기 대선과 관련한 박심(朴心)의 향배가 언론의 관심거리였다.
박 대통령의 북핵(北核) 억지와 북한인권 회복을 근간으로 한 ‘통일외교’에 상부상조한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의 팀플레이는 국제사회의 조명을 받았다. 특히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의 의기투합은 ‘새마을운동’에서 더욱 현란했다.
반 총장은 9월 26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열린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에서 “새마을운동이 시작될 때 (저도) 공무원으로서 새마을운동을 실행으로 옮기는 노력을 했는데, 제가 살던 마을과 나라가 변화하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자부심을 느꼈다”면서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서 산불처럼 새마을운동이 번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 시절 르완다를 방문했을 때 르완다 대통령에게 “매우 아름답고 정돈이 잘 된 나라”라는 소감을 밝혔더니, 르완다 대통령이 새마을운동 관련 책을 내밀면서 “한국인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반 총장은 “새마을운동 성공의 핵심은 교육이다. 주민이 스스로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는 그 핵심엔 교육이 있다”며 우리 정부가 새마을운동의 개도국 전수를 통해 개발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데 대해 박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 대통령도 반 총장 연설에 크게 박수친 뒤, 고개를 돌려 반 총장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9월초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나란히 참석했다. 천안문 성루 전면에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이 등장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위상을 북한의 형제국 중국에 떨쳤다. 전승절에 이은 유엔총회는 ‘박-반 유대’의 무대를 뉴욕으로 옮겼을 뿐이다.
새누리당의 대권주자 가운데 가장 앞선 김무성 대표는 요즘 시련기다. 둘째 사위의 마약복용 사건으로 마음 고생이 작지 않다. 둘째 딸은 검찰에 마약복용 여부 검사를 자청하기도 했다. 당내 ‘친박’의 김 대표 흔들기도 시작됐다.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불가론’이 그것이다.
야당에서도 문재인 대표가 당내 비주류로부터 시달리고 있다. 혁신위가 중진의원들의 ‘적지 출마’를 종용함으로써 ‘문재인 도우미’ 아니냐는 비난을 사는데다 ‘친노’SNS 공격의 포인트가 돼버렸다. 당 밖에서는 천정배·박주선 의원이 비주류들의 탈당을 재촉하고 있다. 김무성, 문재인 두 대표의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두 사람의 지지율이 제자리걸음하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대권 선언조차 하지 않은 반기문 총장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이유를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반 총장은 ‘정치’와는 담을 쌓은 상태다. 그의 무대는 ‘여의도’가 아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외교를 벌이는 유엔이 그의 텃밭이다. 오픈프라이머리니, 권역별비례대표제니 하는 정치권 용어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아마도 국민은 “국제무대에서 활약한 반 총장 같은 인물이 나라를 이끌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번쯤 해봤음직 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국회를 마비시키면서 자기들 세비나 인상하고, 국감 증인들을 불러 모아 호통치고 모욕 주는 국회에 넌더리가 난 국민으로서는 자연스러운 발상일 수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을 가운데 두고 반 총장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나란히 선 모습을 본 국민은 여의도에 점점 더 등을 돌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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