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정주영’을 待望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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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정주영’을 待望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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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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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재계의 거목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생애와 업적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에서 중동 건설시장 진출, 조선소 건립, 자동차 독자 개발, 88 서울 올림픽 유치에 이르기까지 한국경제가 걸어온 ‘기적’의 여정에는 그가 늘 선두에 있었다. 1915년 11월 25일 강원도 통천군 송전면 아산리의 산골 마을에서 태어난 소년 정주영은 소학교를 겨우 마치고 장남으로서 아버지의 대를 이어 농사를 지을 운명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운명을 거부하고 4차례나 가출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스스로 운명을 개척했다.
 어떤 고난 앞에서도 주눅 드는 법이 없었던 그의 도전정신과 성공을 향한 불굴의 의지를 말해주는 일화들은 너무나 많다. 나룻배 만들 정도의 경험과 기술이 고작이었던 나라의 모래벌판에 현대적인 조선소를 짓겠다면서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 그림을 보여주며 영국 은행가를 설득해 선박건조 자금을 받아낸 일이 대표적이다.
 이런 담대함과 신념이 있었기에 평범한 사람들은 도저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이른바 ‘정주영 공법’과 같은 창의적인 발상이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비롯해 그의 굵직한 사업계획이 세상에 알려질 때마다 전문가 집단이나 관료, 학계는 물론 부하직원들조차 ‘무모한 짓’이라면서 반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가 없었다면 자동차공업이나 조선공업과 같이 기술발전이나 산업연관 효과가 큰 기간 산업분야에서 한국은 선진공업국의 아시아 제조기지 정도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인간적으로도 정 전 명예회장은 소탈하고 검소했으며 정겨운 면이 많았다. 칠순이 넘도록 신입사원 수련회에 참석해 청년 사원들과 씨름을 즐겼고, 대재벌임에도 불구하고 10년 이상 된 낡은 허리띠나 구두를 착용한다는 목격담도 많았다. 그는 생전에 자신이 ‘재벌’로 불리는 걸 싫어했다고 한다. 스스로는 ‘부유한 노동자’임을 자처했다.
 물론 정주영전 명예회장도 한 사람의 인간이었던 만큼 공과가 따로 있다. 그 시절 한국경제의 어두운 단면이기도 했던 정경유착이나 노조와의 갈등, 말년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서 기업을 선거판에 끌어들인 일은 비판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사업에서도 늘 성공 가도만을 달렸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려움에 굴하지 않는 배짱과 할 수 있다는 신념, 기어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만은 시대를 초월해 칭송돼야 할 덕목이다. 더욱이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지금의 한국 경제에는 정 전 명예회장과 같은 기업가 정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
 지금 한국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대기업그룹의 ‘오너’들은 대부분 창업주로부터 물려받은 2세 또는 3세들이다. 물론 더이상 창업기업인이 성공하기 어렵게 만든 경제여건의 변화나 제도, 정책의 탓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가 정신이다.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편법으로 세금 없이 기업 물려받기에 몰두하고, 명색이 대재벌의 반열에 올랐으면서도 제과점이나 커피점과 같은 어울리지 않는 업종에까지 손길을 뻗으면서도 전혀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는 풍토에서 정주영과 같은 큰 기업인이 나타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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