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무역의 날은 어느 때보다 썰렁한 느낌이다. 본디는 5일이 법정 기념일이지만 이날이 토요일이어서 이틀 늦은 7일 뒤늦게 기념식을 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760명의 무역진흥 유공자가 훈·포장이나 표창을 받았고 1328개 기업이 수출의 탑을 수상했지만, 무역 규모가 유례없이 큰 폭으로 쪼그라든 마당에 무역의 날 시상에 신바람이 날 리 없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달성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무역의 날 제정 취지가 무색하게 올해 들어 수출과 수입이 함께 감소하면서 4년 만에 처음으로 교역량이 1조 달러를 밑돌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11월까지 수출액은 4846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4%, 수입액은 4014억 달러로 16.6%가 각각 감소했다.
무역수지 흑자는 이미 832억 달러에 달해 올해 전체로는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이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해 달성한 ‘불황형 흑자’인 만큼 그리 반갑지 않다. 문제는 수출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고 그 여파도 단지 수출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비준안이 통과돼 연내 발효를 기대할 수 있게 됐지만, 우리나라가 배제된 미국과 일본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속도를 내고 있어 FTA 선점 효과가 얼마나 갈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그러나 수출의 첨병이 돼야 할 재벌기업들은 문어발식 사업확장이나 경영권 대물림에 골몰할 뿐 고(故)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처럼 몸을 던져 세계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기업가정신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권과 관료사회도 입으로만 개혁을 외칠 뿐 기업과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필요성을 지적하는 경제활성화 조치들을 추동해내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세계시장에 통할만 한 창의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힘을 쏟고, 정부는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마음껏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 철폐와 지원책 마련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물론 최일선의 집행 담당자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이 비장한 각오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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