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1973년 초 배럴당 2달러60센트였던 중동산 원유 값은 1년 만에 11달러 65센트로 4배쯤 뛰었다. 페르시아만의 석유수출국들이 원유 판매가를 담합하고 감산(減産)을 결의한 데 따른 거였다. 중동 산유국들이 중동전쟁과 관련지어 석유를 무기로 들고 나온 건데 이것이 1차 오일쇼크(석유파동)다. 2차 오일쇼크는 1980년에 일어났다. 1978년에 배럴당 12달러70센트이던 국제 원유가가 80년 8월엔 30달러, 81년엔 34달러까지 뛴 것이다.
1차 오일쇼크는 그때까지 석유가 필요한 양만큼 싸게 공급되는 걸로 쉽게 생각했던 수입국들에게 충격적 사태였다. 세계 각국은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경험하게 되었고 인플레가 가속화됐다. 각국의 국제수지는 적자였다. 2차 쇼크 때는 더했다. 1차 파동 때와 마찬가지로 각국의 경제성장률 하락과 심각한 소비자물가의 급상승이 잇따랐다. 우리나라 경제는 질서를 잃어 쐐기한테 쏘인 망아지처럼 갈팡질팡했다. 모든 분야에서 석유 없이는 되는 일이 없으면서도 석유파동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오늘날의 저유가는 OPEC이 감산을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회원국들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회의에서 감산 합의에 실패해 적어도 다음 회의가 열릴 내년 6월까진 저유가 현상은 이어질 거란다. 20달러 선까지의 폭락도 전망된다. OPEC회원국들의 감산 합의 실패는 미국의 셰일오일(혈암층 석유) 생산과 러시아의 증산(增産)에 맞선 다소 감정적 대응의 결과다. 이렇다면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로선 만세를 부를 일이 아닐까 싶은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조선 건설 석유제품업계가 두루 직격탄을 맞고, 수출엔 비상이 걸릴 거란다. 게다가 디플레 우려까지 크다고 하니 무슨 소린지 아리송하다. 원유값 내린다는 뉴스에 기껏 자동차 휘발유 주입이나 하루이틀 미뤄야겠다는 생각이 고작인 우리네 범부들에겐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헐값 오일쇼크’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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