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당 지지율 오르는 게 왜 이상해?”
  • 김용언
“20대 여당 지지율 오르는 게 왜 이상해?”
  • 김용언
  • 승인 201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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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대나무숲’. 대학생들이 스스로 페이스북에 계정을 만들어 운영하는 곳 가운데 하나다. 임금님 이발사가 대나무 숲에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쳤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페이스북의 ‘대나무숲’도 대놓고 말 못하는 사정을 익명으로 털어놓자는 의미로 만든 계정이다.
 서울대 대나무숲에는 최근 안철수 의원 탈당으로 촉발된 야권 분열에 대한 서울대 학생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조선일보는 한 학생이 올린 글을 통해 서울대 학생들의 정치권에 대한 인식을 소개했다.
 “우리나라 제1야당이 결국 갈라섰네요. 야권 정부가 10년간 이뤄놓은 공든 탑이 무너지고 있는 지금,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는 게 너무 가슴 아픕니다. 아이러니하게 20대 여당지지율은 계속 오른다고 하는데 저희 또래라도 한 마음으로 뭉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말하자면 야당이 분열하고 20대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이 오르니, 젊은층이 단결하여 야당을 지지하자는 내용이다. 
 당장 올라온 글은 “여당이 무슨 악의 축인 것처럼 들리네요… 야당의 지난 몇 년 간 행태를 보면 지지율 떨어지는 게 새삼 놀랍지도 않은데 말이져” “20대 여당지지율이 오르는 게 왜 아이러니하죠… 20대인데 여당 지지해서 죄송합니다… 뭉칠 생각도 없어서 더더욱 죄송합니다….” 야당을 지지하자는 의견을 ‘통박(痛駁)’하는 의견이 매섭다.
 “야권은 연대의 대상이지 통합의 대상이 아닙니다. 이념도 다르고 생각도 다른데 통합은 개뿔. 삼십년 전이면 독재타도라는 구호아래 하나로 뭉쳤겠지만 그런 시대도 끝났고 누군가가 새로운 아이템를 가지고 나와야죠. ㅇㅇ” “20대 여당지지율은 계속 오른다고 하는데 저희 또래라도 한 마음으로 뭉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라고 한 서울대생의 얼굴이 표정이 궁금해진다.

 “한마음으로 모이는 건 좋은데 왜 꼭 야당쪽으로 모일 거라고 생각하시나욤? 저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습니다만, 특히 인터넷상에서 압도적 정의인 양 타방의 견해를 깔아뭉개고 웃음거리로 만드는 ‘일부 좌좀’들의 행태는 정말 보기 안좋네요 ㅎ” “ 우리나라 야당은 여당이 이기라고 판 깔아줘도 더 병신짓 하느라 지는데 야당을 뽑고 싶겠습니까?” 야당을 향한 ‘좌좀’ ‘병신짓’이라는 표현이 심각하다. ‘좌좀’은 ‘좌파 좀비’의 약어다.
 “두번째 문장까지는 개인의 의견이니 그러려니 했는데 세 번째 문장(아이러니 하게 20대 여당지지율은 계속 오른다고 하는데 저희 또래라도 한 마음으로 뭉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보고선… 20대가 여당 지지하는 게 비정상적인 건가요? 누가 무슨 정당을 지지하는 건 자유 아닌가요. 여당이 잘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구나… 야당이 잘 하는 건 없지만 여당은 더 없다고 생각하는데”에 이르러선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확인사살 처럼 들린다.
 “난 새정련이 새누리 엑스(X)맨인 줄 알았는데?! 뭉치든지 말든지~ 난 또 새누리 찍으련다~”는 댓글에서는 야당에 대한 기대를 아예 접었다. “당사자들이 포기한 걸 굳이 우리가 왜…” “ㅋㅋㅋㅋㅋㅋ 한 마음으로 우리가 왜 뭉쳐야합니까…” “야당이든 여당이든 간에 우리 20대들이 모두 한 쪽으로 뭉쳐야 한다니 뭐 이런 끔찍한 전체주의가 다 있나요 ㅎㄷㄷㄷ” “뭉치면 똥이고 흩어지면 설사가 되는 야당을 왜?” 서울대생들의 페이스북 계정  ‘대나무숲’에 새정련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당 지지율 오르는 게 뭐 잘못된 건가요?  여당 지지하는 게 잘못인 건가요. 여당이 오르는 게 무슨 잘못인가~ 참.  야당이 제대로 하는 일이 없으니 여당이 반사이익을 얻는 건 당연하다고 봐요.  20대가 여당 지지하는 게 뭐가 어때서.”  
 조선일보는 학생들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 정치학을 가르치는 한 교수가 “요즘 학생들의 생각은 이겁니다”라며 “가르치려 들지마! 강요하지마! 정의 내세우지마! 판단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라고 요약했다. 새정련 문재인 대표나 안철수 의원의 갈등, 주류 비주류의 공천권 다툼을 보는 서울대생들의 시각을 살펴볼 수 있는 귀한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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