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마호메트가 아랍인들에게 자신의 신이(神異)한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 사람들은 그럴 만한 능력을 가졌다면 입증해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마호메트는 “사파산(Mout Safa)이여, 내 앞으로 오라”는 주문(呪文)을 뇌었다. 물론 산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마호메트는 당황하지 않고 신께 감사한다고 했다. 만약 산이 움직인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 것이므로 신께서 그걸 알기에 산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태연자약하게 자신이 사파산으로 다가갔다.
이 고사에서 생겨난 관용어가 ‘무하마드와 산; Muhammad and the Mountain’이다. 거짓이 드러나도 태연한 사람이란 뜻이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수상록에서 ‘산이 마호메트에게 가지 않는다면 마호메트가 산으로 가야한다’는 문장을 만들었다. 속담이 된 이 말은 거의 불가능한 일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사람이 그 결과에 현명하게 순응할 때 쓰는 말이다. 정세에 따라 방침을 바꿀 때에 쓰는 말이기도 하다.
잡겠다던 호랑이를 못 잡았으니 공약 미 이행이자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셈이다. 마호메트의 경우처럼 큰일을 할 사람은 본디부터 큰 거짓말, 큰 실패에 태연한 걸까. 불가능에 뛰어들었던 자신의 판단 미스나 실패에 대해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과 한마디, 회한(悔恨) 한 문장 내놓지 않은 채 탈당 회견문을 다 읽자마자 부산으로, 광주로 이곳저곳 바쁘게 다니기 시작했다. 여전히 새정치를 되뇌면서다. 그런 모습이 딱해 보이다가도 한편으론 오지 않는 산은 버리고 또 다른 산을 향해 손짓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그래 서양고사 한마디 떠올리면서 ‘혹시 이번엔 될지도…’ 하는 일말의 기대도 없지 않다.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안철수의 새정치’란 게 이번엔 실현될 것인가.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