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의 탈당
  • 정재모
‘새정치’의 탈당
  • 정재모
  • 승인 201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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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마호메트가 아랍인들에게 자신의 신이(神異)한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 사람들은 그럴 만한 능력을 가졌다면 입증해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마호메트는 “사파산(Mout Safa)이여, 내 앞으로 오라”는 주문(呪文)을 뇌었다. 물론 산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마호메트는 당황하지 않고 신께 감사한다고 했다. 만약 산이 움직인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 것이므로 신께서 그걸 알기에 산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태연자약하게 자신이 사파산으로 다가갔다.
 이 고사에서 생겨난 관용어가 ‘무하마드와 산; Muhammad and the Mountain’이다. 거짓이 드러나도 태연한 사람이란 뜻이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수상록에서 ‘산이 마호메트에게 가지 않는다면 마호메트가 산으로 가야한다’는 문장을 만들었다. 속담이 된 이 말은 거의 불가능한 일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사람이 그 결과에 현명하게 순응할 때 쓰는 말이다. 정세에 따라 방침을 바꿀 때에 쓰는 말이기도 하다.

 새정치를 하겠다며 진보이념이 강한 사람들 속에 발을 들였던 안철수 의원이 그예 지난 일요일(13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그 당을 공동창당한 지 2년 9개월 만이다. 호랑이굴로 들어가서 호랑이를 잡겠다던 그 뜻이 여의치 않았던 모양이다. 그의 탈당선언은 곧 실패선언인 셈인데 탈당을 선언하던 그의 얼굴엔 별로 겸연쩍거나 죄송스러운 표정이 없었다. 오히려 힘차게 보였다. 그런 그에게서 ‘무하마드와 산’이란 서양 관용어가 문득 떠오른 거다. 패권주의 그룹 속에서 새정치를 실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짐작하기 때문인지 그의 그런 넉살에도 잘했다는 사람이 얼굴 찡그려 핀잔하는 사람보다 되레 많아 보인다.
 잡겠다던 호랑이를 못 잡았으니 공약 미 이행이자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셈이다. 마호메트의 경우처럼 큰일을 할 사람은 본디부터 큰 거짓말, 큰 실패에 태연한 걸까. 불가능에 뛰어들었던 자신의 판단 미스나 실패에 대해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과 한마디, 회한(悔恨) 한 문장 내놓지 않은 채 탈당 회견문을 다 읽자마자 부산으로, 광주로 이곳저곳 바쁘게 다니기 시작했다. 여전히 새정치를 되뇌면서다. 그런 모습이 딱해 보이다가도 한편으론 오지 않는 산은 버리고 또 다른 산을 향해 손짓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그래 서양고사 한마디 떠올리면서 ‘혹시 이번엔 될지도…’ 하는 일말의 기대도 없지 않다.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안철수의 새정치’란 게 이번엔 실현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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