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제17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60, 70대는 투표 안 해도 된다.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했다가 의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정동영’ 하면 지금도 “60, 70대는 투표하지 말고 집에서 쉬시라”는 말을 기억하는 국민이 많다. 그게 2004년, 11년 전이다. 당시 52세였던 정동영도 이제 63세로 그의 기준에 따르면 “투표하지 말고 집에서 쉬어야하는” 나이가 됐다.
이번에는 노인들을 ‘의지없는 세대’로 낙인찍는 발언이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다. 그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복지 후퇴 저지 토크 콘서트’에서 박근혜 정부가 복지 공약을 파기했다고 비판하면서 “젊은 세대가 나서야 한다. 방법이 없다”고 했다. 또 “어르신 세대는 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박근혜 정부가 잘한다고 지지하고 있지 않느냐”며 “그러니 바꿔야 된다는 의지가 어르신들에게는 없는 것”고 했다. 문 대표는 “젊은 세대가 나서서 참여하고 젊은 세대의 노력을 어르신들이 응원해줘야 우리사회가 바뀔 수 있다” 면서 “청년을 못 살리면 대한민국 전체가 무너진다. 어르신들이 ‘왜 청년만 말하냐’ 하실 게 아니다. 어르신들도 함께 응원해주시고 힘을 모아주셔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50대 이상 장년층의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이 높은 데 대한 불만이 읽힌다. 아무리 그래도 “바꿔야 된다는 의지가 어르신들에게는 없는 것”이라는 발언은 너무 심했다.
문 대표의 ‘의지 없는 어르신 발언’에 동석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문 대표가 청년이 중요하다 했는데 어르신도 중요하다. 어르신도 좋은 분이 많으니까 우리 지지세력으로 모셔야 된다”고 진화에 나선 것은 문 대표 발언에 문제가 있음을 자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데일리한국이 최근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이 45%가 넘는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데일리한국과 주간한국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1~13일까지 사흘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어느 정당을 지지하십니까’라고 질문한 결과 45.1%가 새누리당을 꼽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은 26.8%로 새누리당 지지율과 큰 차이를 보였다. 정의당은 3.7%, 기타 정당은 1.0%였고, 무당파는 23.4%에 달했다. 지난 9월 데일리한국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60대 이상(69.9%)에서 가장 높았다. 50대(52.3%), 40대(38.1%)에서도 새누리당 지지층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다.
30대에서는 새정치연합 지지층이 41.6%로 새누리당 지지층(26.0%)보다 많았을 뿐이다. 특이한 점은 20대에서도 새누리당 지지층(33.2%)이 새정치연합 지지층(32.1%)과 대등하다는 사실이다. “젊은 세대가 나서야 한다. 방법이 없다”는 문 대표의 전제에 다소 문제가 없지 않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선거 때만 되면 괴롭고 피곤하다. 투표하지 말고 집에서 쉬라고 하질 않나, ‘의지없는(개념없는) 노인들’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질 않나. 투표하지 못하게 온천으로 보내지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하기까지 한다. 정동영도 어느새 63살이다. 그도 이젠 자신의 말마따나 투표하지 말고 집에서 쉬어야하는 노인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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