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리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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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리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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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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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성 수 / 언론인  
  한국 정치가 아직도 `3김(金) 시대’의 멍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때 우리 정치가 3김 시대의 절정에 이른 때가 있었다.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씨로 대표되는 이른바 3김 시대는 정부 수립 이후 60년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다.
 연대로 보면 1980년 초 `서울의 봄’ 당시 잠깐 등장했지만 본격적으로 한국 정치사를 장식하기 시작한 것은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에서 민정당 노태우,민주당 김영삼,평민당 김대중, 신민주공화당 김종필 후보가 출마해 대권을 다투면서부터다.
 이후 선거 때만 되면 영남권,호남권,충청권은 각각 김영삼,김대중,김종필, 세 사람을 지역 맹주로 마치 신판 `삼국시대’가 도래한 양 국내 정치를 좌지우지해 왔다.
 1987년 대선 당시 국회의장이던 김재순씨는 4당 체제를 `황금분할’이라는 신조어로 빗대기까지 했다. 김영삼씨가 1992년 대선에서 민자당 후보로 대권을 거머쥐고 김대중씨가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서 3김 시대가 종언을 고하는 듯했다.
 그러나 김대중씨는 1997년 대선에 다시 출마, 김종필씨와 손을 잡고 4수 끝에 15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김대중씨에 이어 부산 출신 노무현 대통령이 16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3김 시대로 대표되는 지역주의는 명실공히 막을 내린 것으로 여겨졌다. 노 대통령도 취임과 동시에 지역주의 청산을 시대 정신으로 표방하고 나섰다. 그러나 오는 12월의 17대 대선을 앞두고 망국병인 지역할거주의가 다시 고개를 쳐들 추세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범여권`훈수정치’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은 대선 정국을 맞아 그야말로 문전성시다. 일반 국민이 몰려와 북적되는 게 아니라 소위 범여권 대권주자와 정치지도자들의 발길이 연일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범여권 정치지도자로 일컬어지는 정동영,김근태,이해찬,한명숙,정세균,김한길,김혁규씨를 비롯해 민주당 박상천 대표,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씨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연일 동교동을 찾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범여권 단일 후보를 강력히 촉구하면서 “사생결단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는 것이다. 범여권 중심에 유력 대선주자는 없고 DJ만 있는 꼴이다. 이들 중 일부는 현직인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전직 대통령 DJ에게는 마치 조아리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의 두 다리로는 대선 정국을 헤쳐 나갈 능력도 없고 홀로 설 자신도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기 기반도 없고 국민 표도 모을 자신이 없는 것이다.
 DJ의 등에 엎혀 호남권에서 무임 승차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새 시대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도대체 DJ를 뛰어넘을 자신도 용기도 없는 모양이다.
 정치계에 존경할 만한 원로는 필요하다. 그러나 건국 이래 창당과 분당,해체,합당 등 헤쳐모여를 수없이 되풀이하면서 변절과 이합집산이 만연하다 보니 정치계에 국민이 존경할 만한 지도자가 거의 없어진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에게 조언을 구하고 현직 정치인이 전직 대통령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을 탓할 수만도 없다. 어떻게 보면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주객이 전도되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범여권의`DJ 훈수 정치’는 국민 눈에 주객이 전도된 것으로 비치고 있다. 지금 범여권 정치무대는 주연이 김 전 대통령이고 다른 대선주자들은 조연급도 아닌 엑스트라로 간주될 정도다. 국가를 경영하겠다는 정치 지도자로서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자신의 몸을 던져 자신이 흘린 눈물과 땀으로 물레방아를 돌릴 생각은 하지 않고 이미 흘러간 물을 어떻게든 다시 퍼담아 돌리려 하니 말이다.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진정 새 시대를 열기 원한다면 DJ를 뛰어넘어야 한다. DJ 또한 차세대 정치인들이 새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더 이상 정치 전면에 나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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