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봄의 전령’이라는 매화는 이름이 참 많다. 봄이 채 오기도 전에 가장 먼저 핀다는 찬사로 화형(花兄), 화괴(花魁), 일지춘(一枝春)이란 이름이 있다. 모두가 꽃 중의 우두머리란 말이다. 겨울이 물러가기도 전에 향기 짙은 꽃을 피운다 하여 세한군자, 청우(淸友), 빙기옥골(氷肌玉骨), 소영(疎影;질 좋은 중국산 비단), 암향(暗香)이라고도 한다. 조선후기 유박(柳樸)이 지은 원예전문서 화암수록(花庵隨錄)에는 섣달에도 피는 매화를 기특한 벗이란 뜻으로 기우(奇友)라고 했다.
또 난초 국화 대나무와 더불어 사군자라 일컫기도 하고 소나무 대나무와 더불어 세한삼우(歲寒三友)로도 부른다. 매화와 대나무 두 가지를 이아(二雅)라 하는가 하면 매 대 솔 이 셋을 삼청(三淸)이라 한다. 사군자에 연(蓮)을 더하면 곧 오우(五友)가 된다. 이처럼 매화는 매서운 추위와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 땅에서 예쁜 꽃을 피우고 맑은 향기를 뿜는 그 고고한 성질 때문에 고상한 이름을 수도 없이 얻고 있다.
‘바람이 눈을 모라 산창(山窓)에 부딪치니 /찬 기운 새여드러 잠든 매화를 침노한다 /아무리 얼우려 한들 봄뜻이야 아슬소냐.’ (안민영 ‘영매가’ 중의 여섯 번째 수) 금주 들어 월요일부터 다시 닥쳐온 여한미진(餘寒未盡)의 세찬 추위가 사나흘 사정없이 산야를 휘덮더니 오늘아침에야 평년기온을 되찾고 있다. 다하지 못하고 남았던 추위도 풍겨오는 매향에는 어쩔 수 없었던가. 모진 겨울이 봄꽃을 이길 수는 없다는 계시 같은 자연의 경이(驚異), 이참에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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