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포항 죽도시장을 처음 다녀온 어느 지인의 추억담은 항상 문어(文魚)로 시작한다. 문어는 자신을 상품으로 내놓은 상인이 쳐다보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는 듯 했다. 담아놓은 대형 그릇을 벗어나서 시장 시멘트 바닥을 슬금슬금 기어다니던 모습이 머릿속에 깊이 새겨진 모양이다. 죽도시장의 1급 홍보물인 셈이다.
죽도시장의 문어 가운데 ‘가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본산 문어가 ‘국내산’이라거나 ‘경북 동해안산’으로 둔갑해 팔린다는 얘기다. 1주에 두 차례 가량 위판되는 일본산 문어는 200마리 쯤 된다고 한다. 이 것들이 중매인을 거쳐 소매상 손에 넘어가면 더러는 탈이 나는 게 있다고 한다. 죽도시장 사정에 밝은 상인의 ‘고발’이라니 믿어도 되겠다. 원산지만 속이는 게 아니다. 값도 2배 넘게 받는다고 한다. 바가지도 ‘곱빼기’ 수준이라니 기분 나쁜 소리뿐이다. 문어는 포항의 특산품으로 첫손꼽는 해산물이다. 지난해 2034톤이 위판됐다고 한다. 399억원이 판매액으로 기록됐다. 이 정도인데 그까짓 일본산 문어 몇 마리 쯤 원산지 좀 속여서 판들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가짜에 속은 것도 모자라 바가지까지 쓴 것을 알고나면 ‘벌레 씹은 기분’이 될 게 아닌가.
최근 TV연속극 ‘장사의 神’이 끝났다. 김주영의 ‘객주’가 원작이다. 옛날 등짐장수들은 바가지 속임수를 철저히 배격하고 살았던 모양이다. 작가의 고향인 경북의 명예가 죽도시장에서 더러워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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